非군사적 ‘회색지대’ 도발 본격화
수도권-충청-경북까지 날아온 ‘北 오물풍선’ 북한이 1일 오후 8시부터 날리기 시작한 대남 오물 풍선이 2일 오후 1시까지 서울·경기·인천·충청·경북 등에서 720여 개가 발견됐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1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정문 화단 앞에 떨어진 오물 풍선 주위로 경찰 통제선이 쳐진 모습. 뉴시스
수도권-충청-경북까지 날아온 ‘北 오물풍선’ 같은 날 서울 서초구에서 발견된 오물 풍선 속 내용물.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이 지난달 말부터 대규모 ‘오물 풍선’ 테러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을 이어가면서 대남 ‘회색지대(Gray zone·그레이존)’ 도발 전술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군에 따르면 북한은 1일 밤∼2일 오후, 지난달 28∼29일(260여 개) 살포량의 3배인 720여 개의 오물 풍선을 한국 전역으로 날려보냈다. 1일 오후 8시부터 시간당 20∼50개 정도로 서울 등 수도권과 충청·경북 지역에 날아든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풍선을 포함하면 총 1000개가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천국제공항 안팎에서도 대남 오물 풍선이 발견돼 항공기 이착륙이 약 91분간 차질을 빚었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1일 오후 10시 48분경 공항 활주로 사이에서 대남 오물 풍선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에 ‘이륙하지 말고 대기하라’란 지침이 전파됐고 11시 42분까지 약 54분간 항공기 약 10대의 이륙이 지연됐다. 2일 오전 6시 6분과 7시에도 각각 활주로 사이 상공에서 풍선이 발견돼 이착륙이 총 37분간 통제됐다.
수도권-충청-경북까지 날아온 ‘北 오물풍선’ 2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에 무게 5kg이상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떨어져 앞 유리가 깨진 모습이다. 안산=뉴스1
‘회색지대’ 전술은 무력 사용이 아닌 비군사적 수단을 동원한 저강도 도발을 통해 군사 대응이 애매한 상황을 만들어 상대를 자극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북한이 오물풍선에 이어 서북도서 일대에 GPS 전파 교란 공격을 한 30일 오전 충남 서천군 춘장대해욕장에서 육군 32사단 장병들이 해안경계 순찰을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어민들의 불안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의 한 어민은 “선박의 GPS 위치가 조업 가능구역 밖으로 표시돼 배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니 도저히 조업할 수가 없다”며 “특히 조업이 한창인 오전에 교란 공격이 계속되면서 피해는 커져 가는데, 대책은 전혀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 어민들은 그저 손 놓고 손가락만 빨고 있으라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