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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판문점선언뒤 대북확성기 중단… 北도발에 ‘文정부 대북정책 상징’ 폐기 수순

입력 | 2024-06-03 03:00:00

[대북확성기 재개 검토]
판문점선언 일부 효력정지 검토
‘김여정 하명법’에 확성기 등 금지
대북전단 금지조항 위헌 결정… ‘확성기-전광판’ 처벌은 아직 유효



수도권-충청-경북까지 날아온 ‘北 오물풍선’ 북한이 1일 오후 8시부터 날리기 시작한 대남 오물 풍선이 2일 오후 1시까지 서울·경기·인천·충청·경북 등에서 720여 개가 발견됐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1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정문 화단 앞에 떨어진 오물 풍선 주위로 경찰 통제선이 쳐진 모습. 뉴시스


정부는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의 효력 정지도 검토하고 있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위해선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등을 담고 있는 판문점 선언에 대한 효력 정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9·19남북군사합의 1조 3항에 대해 정부가 효력을 정지하자 북한이 전면 무효화를 선언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의 상징 격인 판문점 선언도 폐기 수순에 이른 셈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 선언 등의 효력 정지와 관련해 “이미 저희가 경고했다”며 “확성기 재개를 배제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당연히 취해야 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판문점 선언 효력 정지 검토에 나선 건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로 단행됐기 때문이다. 남북은 당시 판문점 선언 2조 1항에서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며 “당면하여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20년 12월 개정된 현행 남북관계발전법 24조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거나 시각매개물(전광판)을 게시한 사람에 대해 최대 3년 이하 징역형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당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라고 담화를 냈고, 통일부는 담화 4시간여 만에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해 12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처벌하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김여정 하명법’으로 불린 이 조항에는 당초 북한을 향한 확성기 방송, 전광판 게시, 전단 살포 등 3가지 행위를 ‘남북 합의서 위반 행위’로 규정해 처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상호 적대 행위 금지를 약속한 판문점 선언을 위반한 행위라는 것. 하지만 ‘전단 살포’를 처벌하는 법조항의 효력은 지난해 9월 26일자로 사라졌다. 헌법재판소가 전단 살포 혐의로 기소된 탈북민 단체 대표가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헌재는 ‘전단 살포’를 금지한 조항에 대해서만 판단했다. 그 때문에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광판 게시’를 처벌하는 법 조항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정부가 실정법 위반 소지를 해소하기 위해 판문점 선언의 효력 정지부터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정부가 4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판문점 선언 일부 효력 정지를 안건으로 의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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