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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정신질환 조기전역 67% ‘속임수 의심’…병무청 방관만

입력 | 2024-06-03 11:30:00

병역의무자 여비·관사 보증금 횡령 직원 2명 적발해 '파면' 요구



ⓒ뉴시스


최근 3년(2020~2022년)간 정신질환으로 군대에서 조기 전역한 병사의 67%가 속임수로 의심되는데도 병무청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병역의무자 여비나 병역판정검사 전담의사 관사 임차보증금을 횡령해온 병무청 직원 2명도 적발해 파면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의 병무청 정기감사 결과를 3일 공개했다.

병무청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이뤄진 것은 2015년 12월 이후 7년 만이다.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위법·부당 사항은 총 9건이다.

감사원은 병무청이 확인신체검사 제도를 시행한 2011년 11월 25일부터 지난해 12월 8일까지 12년이 넘도록 현역병 복무 중 정신질환을 사유로 병역처분이 변경돼 조기 전역한 사람에 대해 병역면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사실관계 조사나 확인신체검사 등 법령에서 정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현역병의 병역처분 변경 권한이 각 군 참모총장 등에게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감사원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현역병 복무 중 정신질환으로 병역처분이 변경돼 조기 전역한 151명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66.9%에 해당하는 101명(중복인원 제외)이 병역 감면을 위해 속임수를 썼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에 해당돼 사실관계 조사 또는 확인신체검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현역병 복무 중 정신질환으로 신체검사 없이 전시근로역(평시 병역 면제)에 편입된 사람 가운데 5089명도 병역 감면을 위해 속임수를 썼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에 해당했다. 그러나 현행 법령에 근거 규정이 없어 사실관계 조사나 확인신체검사조차 할 수 없었다.

2000년 이전으로 조사 기간을 확대하면 부정 조기 전역이 의심돼 사실관계 조사 또는 확인신체검사가 필요한 병사 수는 더 늘어날 여지가 상당하다.

감사원은 김종철 병무청장에게 현행법에 따라 업무를 철저히 할 것을 주의 요구하고, 신원식 국방부 장관에게는 병역면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후관리 방안을 병무청과 협의해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병무청은 각 군 참모총장이 병역처분을 변경했더라도 확인신체검사를 실시해 병역면탈 의심자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또 경남지방병무청 병역의무자 여비 지급 담당자 A씨가 2022년 7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11회에 걸쳐 병역의무자 여비 1780만원을 지인들에게 부당 지급한 후 본인 명의의 계좌로 돌려받는 수법으로 가로챈 사실을 적발해 냈다.

A씨는 이 돈을 본인의 빚을 갚거나 병원비·주유비 등 생활비로 썼으며, 감사원에는 횡령 사실을 인정하면서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A씨 행위에 고의성이 있고 비위의 정도가 매우 심하다며 파면 처분하고, 여비 지급업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관련자 5명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도록 했다. 병무청은 A씨에 대한 인사상 조치와 함께 여비 지급 전 과정을 전산화하는 등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부산·울산지방병무청에서 세입세출외현금 출납계좌를 관리하는 B씨는 2023년 8월부터 11월까지 14회에 걸쳐 병역판정검사 전담의사 관사 임차보증금 2260만원을 임의로 인출해 본인 대출금 상환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횡령 사실을 인정하면서 깊이 반성한다고 진술했다.

감사원은 B씨를 파면 처분하고 업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관련자는 퇴직 준비 교육 중임 점을 고려해 주의를 촉구할 것을 권고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