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어울리나요? 하하하”
‘명장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한화에 힘차게 걸어 들어온 노감독은 취임식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68)이 3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취임식을 열고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2018년 6월 3일 NC에서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한 지 정확히 6년 만의 프로야구 무대 복귀다.
김경문 감독(오른쪽)이 3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린 감독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선수대표로 참석한 류현진, 채은성 그리고 손혁 단장과 박종태 한화이글스 대표이사. 한화 제공
2014년 김응용 감독이 두 시즌 연속 꼴찌로 임기를 마무리한 이래 한화는 ‘야신’ 김성근 감독(자진사퇴)-한용덕 감독(자진사퇴)-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경질)에 이어 지난달 26일 사퇴한 최원호 감독까지 최근 4명의 사령탑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김 감독 역시 앞서 입었던 두 유니폼(두산, NC)은 모두 시즌 중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벗었지만 남들은 은퇴할 나이에 입은 세 번째 유니폼은 먼저 벗을 생각이 없다. 김 감독은 “감독은 성적이 안 나면 오래 할 수 없다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때로는 책임도 져야한다”면서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제가 할 것, 남은 87경기에서 5할을 맞추는 데 집중하겠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기 끝까지 마무리하고 저의 목표(우승)를 잘 이루고 떠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김 감독의 유니폼에는 여느 때처럼 ‘74번’이 박혀있다. 행운의 숫자 7과 불행을 상징하는 숫자 4의 조합이다. “살아보니 좋다고 기뻐해도 언젠간 나쁜 일이 오고, 나쁜 일이 있어도 너무 좌절할 필요도 없더라”며 “(항상 승패를 겪어야 하는) 스포츠에서는 이런 일이 워낙 가까이 있으니 늘 잊지 않으려고 한다”는 그의 철학이 담겼다. 그가 남들이 ‘무덤’이라 부르는 곳에 웃으며 들어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전=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