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 경제부 차장
지난달 한국 증시는 국제적인 왕따로 전락했다. 글로벌 주요 증시의 상승 랠리 속에서 유독 한국만 소외됐다. 미국 나스닥지수(6.88%)는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에 힘입어 역대 최초로 1만7000 선을 넘어섰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2.30%)는 사상 처음으로 4만 선을 돌파했다. 지난달 대만 자취안지수(3.81%)와 홍콩 항셍지수(1.78%), 일본 닛케이평균주가(0.21%) 등도 상승세를 탔지만 코스피(―2.06%)만 홀로 추락했다.
글로벌 훈풍을 거스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에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게 가장 크다고 본다.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건 악재가 아니라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은 ‘맹탕’이란 비판 속에 시장의 회의론만 키웠다. 강제성이 없어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고, 무엇보다 세제 인센티브가 불확실한 탓에 기업들의 관심도 끌지 못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한국 증시를 불확실성 속에 절뚝이도록 만든 책임이 적지 않다. 지난달 K증시 홍보차 미국 뉴욕을 찾은 그는 “개인적인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 공매도를 일부 재개하는 것”이라고 했다가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이 원장은 이후 수차례 해명했지만 그마저도 모호했다. 그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인적 욕심”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단계적으로 일부 공매도 재개가 가능한지 검토가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의 공매도 전면 금지가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져 있다는 측면에서 공매도 재개는 필요하다. 하지만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수장의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개인적 희망’을 전제로 운을 띄울 일은 결코 아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갖는 공직자의 사견은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나 정책 변경 가능성 등과는 명확하게 구분돼야 한다. 특히나 공식 석상에서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는 사견은 삼가는 게 맞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경제 페르소나’로 불린 이 원장은 정권 초기 ‘관치’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대표적인 실세 관료로 금융권에 상생 금융을 밀어붙였다.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으면서도 다선 국회의원에 대한 라임 펀드의 특혜성 환매 의혹을 제기하고, 총선 과정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양문석 의원(경기 안산갑)의 새마을금고 편법 대출 의혹 검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독립기관인 금감원에 대한 신뢰는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이 원장도 레임덕(lame duck)을 걱정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