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사라진 과거 정치문화인 지구당이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다. 22대 국회 첫날인 지난달 30일 여야에서 각각 지구당 부활과 관련한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주목할 점은 전현직 당 대표를 비롯해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이 논쟁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불을 붙인 데 이어 나경원 안철수 윤상현 의원 등이 찬성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구당 부활을 거론하는 속내는 제각각이지만 주요 명분은 현역 의원과 원외 정치인 간 형평성 문제다. 현역과 달리 원외 인사들은 선거 기간이 아니면 사무실을 열고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 이런 탓에 총선 때마다 아무 연고도 없는 명망가들이 낙하산 공천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청년 정치,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 등을 위해 원외 인사들에게도 활동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각 당엔 ‘당협위원장’(국민의힘) 또는 ‘지역위원장’(민주당)이라는 직책이 있다. 각 선거구를 관리하는 지역 책임자다. 변호사 자격이 있는 원외 위원장들은 변호사 사무실을 지구당 사무실처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위원장들은 ○○연구소, ○○학교와 같은 간판을 내걸고 사무실을 운영하는 편법 사례가 있다. 이마저도 어려운 이들은 당협위원장이라는 타이틀 하나로 4년 동안 돌아다니며 유권자들을 만난다. 합법적인 사무소, 여기에 후원금과 중앙당의 인력·자금까지 받을 수 있다면 이들에겐 엄청난 힘이 된다.
▷현역과 원외 인사, 정치 신인 사이에 놓인 불공정한 장벽은 해소돼야 한다. 하지만 그 대안이 지구당 부활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지역 내 또 다른 정치 카르텔이 만들어질 수도 있고, 원외 위원장에게만 사무실과 후원금을 허용한다면 당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정치 신인에게는 또 다른 차별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아무런 논의도 없다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불쑥 던질 이슈는 아니란 얘기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