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여아를 1년 조기 입학시켜 출산율을 높이자고 한 보고서를 버젓이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세연은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탁을 받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인구정책을 평가할 기관으로도 선정됐다. 정책 발굴을 위해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 국책 연구기관이 저출산을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차별적인 주장을 여과 없이 공개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세연의 정기 간행물인 ‘재정 포럼’에 실린 조세연 소속 선임연구위원의 보고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남녀 간 교제를 지원할 정책이 필요하므로 “남성의 발달 정도가 여성의 발달 정도보다 느리다는 점을 고려해 여성들을 1년 조기 입학시킬 것”을 제안했다. 이는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느끼도록 해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남아의 발달이 늦고, 한 살 차이 남녀 사이 매력도가 올라간다는 데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국책 연구기관이 발표한 보고서로서 완성도가 심히 떨어지는 데다 보고서에 담긴 여아의 교육권을 무시하고 출산 도구로만 취급하는 성차별적 인식도 개탄스럽다.
이 보고서는 피부양 인구, 즉 노인층을 물가 저렴하고 기후 온화한 국가로 은퇴 이민을 보내자는 제안도 했다. 청년층이 줄어드니 노년층을 해외로 내보내 생산가능인구 비중을 늘리자는 취지다. 만 5세 입학을 도입해 노동시장 진출을 앞당기자고도 했다. 이런 제안의 현실성은 차치하더라도 생산가능인구를 늘리기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경시하는 발상이라는 점에서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