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기념식 바이든-마크롱 등 참석 우크라 침공 러 푸틴은 초청 못받아 G7 정상회의 등 5주간 외교행사 우크라, 美무기로 러 본토 첫 공격
80년 전 그날처럼… 낙하산 부대 강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을 나흘 앞둔 2일 전직 군인으로 구성된 민간 낙하산팀이 프랑스 노르망디 상공에서 낙하산을 타고 강하하고 있다(위쪽 사진). 1944년 6월 6일 연합군은 독일군에 점령된 노르망디 해안에 치밀한 계획을 세운 뒤 병력 15만6000명을 기습 투입했다. 이날 하루에만 4000명이 넘게 전사하는 희생을 치렀지만 이 작전은 나치 독일에 밀리던 전세를 역전시키며 연합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노르망디=AP 뉴시스
2일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해변 상공에 미군 수송기 ‘C-47’ 세 대가 출현했다. 70명의 각국 민간인 낙하산 전문가들이 차례로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 1944년 6월 6일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을 나흘 앞두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6일 개최될 기념식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반(反)러시아 진영’을 이끄는 서구 25개국 정상이 총출동한다. 2차대전 당시 미국, 영국과 함께 연합군의 주축이었지만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초청받지 못했다. 그 대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석해 서구의 지속적인 지원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서구 정상들은 이 행사 외에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우크라이나 평화회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등 다음 달 초까지 약 5주간 굵직한 외교 행사에 속속 참석한다. 80년 전 전체주의에 맞서 단결했던 것처럼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에 서방의 단결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분석했다.
2일 상륙작전 재현 행사에 참가한 낙하산 부대원들은 80년 전 연합군이 입었던 군복을 그대로 입었다. 전직 영국 공수부대원인 참가자 닐 햄슬러 씨(63)는 AP통신에 “시간 여행을 한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80년 전 당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연합군은 해안의 5개 지역에서 ‘불의 우박’으로 표현되는 나치 독일의 공격을 방어하며 당일 새벽 간신히 낙하에 성공했지만 이날 낮 낙하산 부대원들은 화창한 초여름 날씨에 운집한 군중 수천 명은 큰 환호성을 받으며 낙하했다.
종전 후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은 5년마다 열리고 있다. 올해 행사는 80주년이라는 의미 외에도 유럽 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는 점, 사실상 생존 참전용사들이 참석할 수 있는 마지막 행사라는 점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생존자가 대부분 100세 전후의 고령이기에 2029년 열릴 85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최근 미국 재향군인회는 “2차대전 당시 복무한 미군 1640만 명 중 올해 말 생존자는 10만 명 미만, 5년 후에는 수백 명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당국은 올해 행사를 사상 최대 규모로 치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행사장 곳곳에는 노병들을 위한 의료진이 대기한다. 당국은 이들의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6일 기념식에 각국 국가원수들과 이들을 동시에 입장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군에 완연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돕기 위한 서방의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31일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것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독일, 영국 등도 비슷한 방침이다. 최근 러시아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를 사수하려면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하루 뒤인 이달 1일 미국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으로 러시아 본토 목표물을 향한 로켓탄을 처음 발사했다. 2022년 2월 전쟁 발발 후 미국 무기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쓰인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 유명 군사 블로거 예브게니 포두브니는 텔레그램에 러시아 영토에 떨어진 하이마스 포탄의 파편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러시아는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핵 위협’까지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