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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북확성기에 전방 MZ병사 심리적 동요 우려한듯”

입력 | 2024-06-04 03:00:00

[9·19합의 전면 효력정지]
오물풍선 살포 잠정중단 속내는
K콘텐츠 접한 MZ, 체제 저항감 커
정부소식통 “軍이탈도 걱정될 것”



북한이 살포한 오물풍선. 뉴시스


대남 오물풍선 세례를 대규모로 퍼붓던 북한은 2일 밤 돌연 담화를 내고 대남 오물풍선 살포 중단을 선언했다. 남측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면 오물풍선을 다시 날려보낼 거라는 ‘조건부’ 중단이었다. 이를 두고 우리 정부에선 북한이 오물풍선은 물론이고 더 강도 높은 도발까지 염두에 두고 향후 자신들의 도발에 대한 책임을 한국에 돌리기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도발과 회유 제스처 등을 반복해 남남 갈등을 심화시키는, 북한 특유의 계산된 심리전이란 분석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오물풍선을 살포한 이후 정치권에선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남남 갈등이 빚어졌다”며 “가성비 높은 오물풍선이란 도발로 갈등을 심어줬으니 도발을 계속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대북 확성기 방송이 전방 지역 MZ세대 병사들에게 끼칠 영향을 북한 당국이 우려해 급하게 오물풍선 살포 중단을 발표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정부에서 나왔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오물풍선 도발에 맞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방침을 시사한 지 5시간 만에 담화를 냈다.

북한은 1980년대 이후 출생한 북한판 MZ세대 통제·단속에 최근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콘텐츠를 찾아본 MZ세대는 급속도로 늘었고, 북한이 장마당 통제를 강화하면서 MZ세대의 저항감은 증폭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을 적대적 교전국이라고 선포하고, 자신을 ‘태양’이라 부르는 등 신격화하는 것도 MZ세대 이탈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런 만큼 전방지역을 지키는 MZ세대 군인들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듣고 급속도로 사상이 이완될 가능성을 북한 당국이 우려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으로선 MZ세대 군인들이 아예 이탈할 가능성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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