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은 2030년 말까지 1조 달러에 도달할 것이며, 인텔은 앞으로도 독보적인 위치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AI를 100% 서비스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다”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 IT 박람회 컴퓨텍스 2024가 개최되고 있다. 컴퓨텍스 2024는 지난 6월 3일 개막해 오늘로 이틀차 일정이며, 이미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리사 수 AMD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가 기조연설을 진행한 바 있다.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는 이틀차 아침에 기조연설을 진행했는데, 컴퓨텍스 역사상 인텔 CEO가 기조연설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가 제온 6 E-코어(코드명 시에라 포레스트)를 소개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이 자리에서 인텔은 AI에브리웨어를 주제로 인텔 코어 울트라 제품군의 코드명 루나레이크, 코드명 시에라 포레스트로 분류되는 제온 6 서버용 프로세서, 인텔 가우디 2 및 3 AI 가속기의 구체적인 가격 정책 등을 상세히 밝혔다. 특히 2024년 하반기 출시 예정이거나 내년 초 출시되는 제품에 대한 소식이 대거 발표됨에 따라 최근 지지부진했던 인텔 사업과 관련된 우려를 잠재울 수 있어 보인다.
인텔 제온 6 프로세서는 2세대 제온 대비 4.2배 빠른 트랜스코딩 성능과 2.6배 더 높은 와트당 성능을 발휘한다 / 출처=IT동아
인텔이 컴퓨텍스 2024에서 가장 핵심으로 공개하는 제품은 제온6 E-코어, 코드명 시에라 포레스트다. 제품은 인텔 3 공정으로 제조되며, 이번에는 제온 6 6300 및 6700 시리즈 제품군이 먼저 출시된다. 성능 부분을 강화한 제온 6 P-코어(코드명 그래나이트 레피즈)와 최대 288코어 구성의 제온 6 E-코어 6900 제품군은 추후 공개된다.
제온6 E-코어는 전력 효율을 중시하는 데이터 센터, 네트워킹, 엣지 컴퓨팅 환경을 위한 제품군으로, 옥타 채널 기반의 DDR5 최대 1TB 지원, CXL 메모리 지원, PCIe 5.0 통신 등을 통해 성능과 효율성을 모두 크게 끌어올렸다.
성능 효율을 높인 덕분에 렉 밀집도를 3배까지 높일 수 있다 / 출처=IT동아
제온 6의 효율 코어는 높은 집적도를 갖춰 서버 렉 밀집도를 기존 대비 3배까지 늘릴 수 있다. 성능은 2세대 제온 프로세서와 미디어 트랜스코딩 성능을 비교할 때 최대 4.2배 높고, 와트당 성능은 최대 2.6배 높다. 현장에서는 2세대 제온 프로세서 렉 1대로 초당 628프레임을 처리할 때, 제온 6 E-코어는 1/3 규모의 렉으로 2600프레임 이상을 처리하는 시연을 보이기도 했다.
인텔 소비자용 제품, 루나레이크로 AI PC 주도권 잡을까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가 코드명 루나레이크의 반도체를 들어보이고 있다 / 출처=IT동아
인텔은 2027년까지 신규 PC 중 AI PC가 6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AI 성능을 강화한 차세대 소비자용 프로세서인 코드명 루나레이크를 2024년 3분기에 출시한다. 루나레이크는 인텔의 새로운 노트북용 및 데스크톱용 프로세서로 각각 출시되며, 처음으로 컴퓨트 유닛 제조 자체를 TSMC N3B 노드에 위탁 생산했다.
앞서 12~14세대 프로세서와 마찬가지로 성능 코어와 효율 코어로 구성되지만, 마이크로아키텍처를 새롭게 개선해 x86 효율성을 끌어올렸고, 그래픽 카드는 이전 세대 대비 80% 더 높은 게이밍 성능과 최대 60 TOPS(초당 60조 회 연산)을 지원하는 Xe2 GPU를 탑재한다. Xe2 GPU는 코드명 배틀메이지의 제품군으로, 인텔 아크 브랜드의 차세대 그래픽 아키텍처다.
루나레이크는 올해 안에 80여 개 이상 제품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 출처=IT동아
아울러 최신 세대 대비 3배 더 많은 최대 48TOPS를 발휘하는 NPU(신경망 처리 장치)를 장착하고, 향상된 저전력 구성과 스레드 디렉터 기능, 메모리 사이드 캐시 지원 등을 통해 최대 60% 향상된 배터리 사용 성능을 제공한다. 인텔은 이미 800만 개의 인텔 코어 울트라 장치를 출하했고, 올해 안에 20개 PC 제조사를 통해 80개 이상의 AI PC 디자인을 공급할 예정이다.
회심의 가우디 3 가속기, 더 높은 비용 효율성에 초점
인텔 가우디 2 및 3의 핵심 가격도 공개됐다 / 출처=IT동아
인텔은 이번 발표를 통해 경쟁사 대비 최대 1/3의 높은 경제성을 무기로 앞세운다. 공개된 가격은 8개의 인텔 가우디 2 가속기와 베이스 보드가 포함된 키트가 6만 5000달러(약 8900만 원대), 8개의 인텔 가우디 3가 포함된 키트가 12만 5000달러약 1억 7000만 원대)수준이다. 8대의 엔비디아 H100이 포함된 DGX H100이 약 43만 달러(6억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훨씬 경제적이다.
가우디 AI 가속기 역시 다양한 하드웨어 OEM 기업들을 통해 제공된다 / 출처=IT동아
성능 측면에서도 상당히 올라온 모습이다. 가우디 3 AI 가속기는 8192개의 가속기 클러스터를 통해 동급 규모의 엔비디아 H100 GPU에 비해 학습 시간을 최대 40% 단축할 수 있고, 처리량은 최대 15%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 측은 Llama2-70B 및 미스트랄-7B 대형언어모델 처리 시 최대 2배 빠른 추론 성능을 제공할 것으로 본다. 제품은 델, 슈퍼마이크로, 레노버, HPE 등 기존 OEM 업체는 물론 에이수스, 폭스콘, 기가바이트 등 10개 사가 추가로 확대된다.
전방위적으로 경쟁 중인 인텔, 향후 분위기는?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가 차세대 프로세서인 코드명 펜서레이크의 다이를 선보이고 있다 / 출처=IT동아
최근 인텔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흐리다. 이번에 공개된 제온 6 프로세서는 펫 겔싱어가 취임 당시 수립한 다섯 개의 마일스톤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제품이다. 제품 자체는 연기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나, 파운드리 사업에서 수주가 많지 않다. 또한 인텔 13세대 및 14세대의 소비전력 및 발열 논란이 터졌고, 노트북 역시 퀄컴 및 AMD의 AI 프로세서 공세에 맞서고 있다. 사업 전반은 꾸준히 성장세를 그리고 있지만, 전방위적으로 압박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인텔이 내놓은 제온6는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비장의 카드다. 최근 서버 시장에서는 Arm 기반 프로세서를 자체 도입 및 제조하는 분위기인데, 고성능 컴퓨팅 분야는 여전히 x86 기반 프로세서가 강세다. 또한 제온 6가 P코어 및 E코어로 나눠 시장을 공략함에 따라 기업들의 선택지도 훨씬 좋아졌다. ‘Arm 프로세서의 고성능 대체제’라는 인텔의 승부수가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면 시장 분위기도 환기될 수 있다.
인텔은 AI 전방위적인 생태계 구성을 꿈꾼다 / 출처=IT동아
하지만 시장 자체가 녹록지는 않다. 원래 주요 고객이어야 했던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자체 반도체로 시장 수요를 맞추고 있고, 최근 Arm도 실물 반도체를 도입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 컴퓨텍스 2024에서 AMD도 5세대 에픽 프로세서를 공개하며 경쟁 구도 그리기에 나섰다. 서버 시장 전반에서 인텔이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만 반전을 꾀할 수 있다. 분위기 해소를 위해 내놓은 인텔의 카드가 통할지는 이제 시장의 평가에 달렸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