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뉴스1 DB)
이른바 ‘적폐 청산’ 등 전 정권 고위공직자를 수사할 때 근거가 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006년에 이어 18년 만에 내려진 이번 결정에서도 직권남용죄가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이 낸 형법 123조에 대한 위헌소원에서 지난달 30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는 직권남용죄가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직권의 남용’이란 ‘직무상 권한을 함부로 쓰거나 본래의 목적으로부터 벗어나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의무 없는 일’이란 ‘법규범이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일’을 뜻함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범행 대상이 된 ‘사람’에 대해서도 일반인뿐만 아니라 공무원까지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징계 등 행정처분으로 충분한 일을 형사처벌하는 것이 헌법상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 원칙’에 위반된다는 우 전 수석 측의 주장도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직권남용행위는)국가작용 전반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불신을 초래해 국가기능의 적정한 행사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