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NOW] 어려운 숙제가 된 ‘잠 잘 자기’ 10년간 5배 이상 커진 수면 시장… 숙면 돕는 디지털 치료기기 출시 수면의 질 높이는 음식, 가구 인기
지난달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제1회 ‘한강 잠 퍼자기 대회’가 열렸다. 각양각색의 잠옷을 입고 등장한 참가자들은 심박수 측정 팔찌를 차고 ‘에어 소파’에 누워 1시간 30분가량 숙면을 취했다. 수면 전에 측정한 심박수와 수면 중 측정한 심박수를 비교해 편차가 제일 큰 참가자가 최종 우승을 차지하는 방식이다. 대회 시작 전에는 숙면을 돕는 요가 프로그램이 열렸고 대회가 시작되자 숙면을 돕는 음악이 재생됐다. 직장 생활, 공부 등으로 지친 현대인들의 재충전을 돕자는 취지로 기획된 이 대회는 해외 유명 언론에 적극적으로 소개될 만큼 화제였다.
‘잠 잘 자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대회라니 흥미롭지 않은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잠을 많이 자는 것은 게으름의 상징이었다. “네 시간 자면 시험에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사당오락(四當五落)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잠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자율 출퇴근제 등 근무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생활습관이 불규칙해지고 도파민 분출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어느새 ‘잠 잘 자기’가 어려운 숙제가 된 것이다. “수면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이런 변화에 힘을 더한다.
첫째, 수면 생활을 지도하는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는 익명의 타인과 함께 잠을 청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휴대전화를 켜놓고 잔다는 의미에서 ‘켜잠’, 잠을 자는 대화방이라는 의미에서 ‘잠방’이라 불리기도 한다. 채팅방에 입장한 사람들은 서로 수면 이외에 다른 활동을 하지 않도록 감시하며 오로지 휴식에 집중한다. 이를 아예 솔루션으로 내놓은 기업도 있다. 솜즈(Somzz)는 지난해 2월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디지털 치료기기다. 전문가가 앱을 활용해 실제로 환자가 잠을 자지 않고 늦게까지 휴대전화를 보는지, 제때 기상하는지 등을 꾸준히 관리한다. 서울대병원에서는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솜즈 앱을 정식 처방하기도 했다.
숙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면서 ‘잠 잘 자기’를 돕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hy는 지난해 8월 수면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원료를 넣은 음료인 ‘수면케어 쉼’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hy 제공
시몬스 침대는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비건 인증까지 획득한 시몬스의 프리미엄 비건 매트리스 컬렉션 N32. 시몬스침대 제공
시몬스는 고급화 전략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N32’는 비건 인증을 획득한 프리미엄 매트리스 컬렉션이다. 전 제품에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자연으로 환원되는 ‘아이슬란드 씨셀’, ‘린넨’을 적용했다.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기능은 물론이고 라돈·토론 안전제품 인증까지 확보했다. 코웨이에서 선보인 ‘비렉스 스마트 매트리스’는 첨단 기능으로 수면 시장을 견인한다. 일반적으로 침대 매트리스는 단단함 정도를 변경하기 어려운데 이 제품은 소비자의 체형 변화, 매일 바뀌는 컨디션, 심지어는 잠을 자며 뒤척일 때의 신체 압력 정도에 따라 매트리스 경도를 상시로 조절할 수 있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