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K-선 명상 체험’ 행사 “아침에 샤워하듯, 마음도 샤워 필요”
참가자들이 ‘간화선 명상’ 시간에 ‘이것은 무엇인고’라는 화두를 놓고 명상에 잠겨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온전히 걷는 것에만 집중해 보세요. 주변 사물은 그저 보이는 것, 그저 들리는 것이라 여기시고요.”(걷기 명상 중)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의 K-선(禪) 명상 체험 행사가 열렸다. 9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선명상대회를 앞두고 K-선 명상 프로그램 보급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날 체험 행사에는 조계종이 준비 중인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 중 ‘걷기 명상’(준한 스님), ‘자비 명상’(혜주 스님), ‘간화선 명상’(금강 스님) 등 3가지가 소개됐다.
명상은 조용한 곳에 앉아서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 하지만 의외로 다양한 상황에 맞는 여러 가지 수행법이 있었다. 준한 스님은 “명상은 걷는 동안은 물론이고 우리가 생활하면서 마주치는 모든 상황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 듯 모를 듯한 설명. 그래도 가능한 한 다른 생각을 안 하고 걷는 것에만 집중했더니, 아주 살짝 평소 동네에서 했던 산책과는 뭔가 다른 시원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준한 스님은 “평소 산책할 때 쉬는 것 같아도 사실은 회사 일, 인간관계, 심지어 산책하며 듣는 음악에 관한 생각 등 이런저런 생각을 가득 품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지닌 사랑과 친절의 마음에 집중하도록 하는 혜주 스님의 자비 명상은 이런 명상도 있나 싶을 정도로 색달랐다. “누군가로부터 따뜻함을 받았던 순간을 떠올려 보세요. 생각이 나면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사람과 행동을 그려보시고요.”
“스님, 손발이 오글거려서 떠올리지 못하겠네요.”
“그런 느낌을 갖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아세요? 지금 그 말 하면서 자신이 되게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다는 걸….”
이날 행사를 함께한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현대인이 겪는 마음의 고통이나 자살 등의 사회문제는 마음을 스스로 제어하고 스스로 정리·정돈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며 “9월 국제선명상대회에서 일반 대중도 쉽게 접하고 행할 수 있는 다양한 K-선 명상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