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올라 상속세 대상 중산층 늘어 상속액 5억∼10억 구간 稅조정 필요” 감세 이슈로 중도층 외연 확장 시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4일 국회에서 열린 22대 국회 개원 후 첫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국회법이 관례보다 더 중요하다”며 “국민의힘은 관례 타령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안을 준비해서 오시라”고 압박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중산층 세 부담 완화를 위해 상속세법 개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4일 밝혔다. 당 일각에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필요성을 주장한 데 이어 상속세법 개정 방침도 밝히면서 그간 보수 진영 의제로 여겨졌던 ‘감세’ 이슈에 뛰어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차기 대선까지 겨냥해 중도층 외연 확장 시도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 임광현 원내부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공동주택 공시 가격 상승으로 2022년 기준 상속 재산가액 5억∼10억 원 구간 과세 대상자가 (2020년 대비) 49.5% 늘어났고, 이 구간의 상속세 결정세액은 68.8% 급증했다”며 “그런데 일반 상속세 일괄공제 규모는 28년째 그대로인 5억 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값 상승 등으로 중산층 상속세 대상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들 가구의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주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 원내부대표는 비례대표로 22대 국회에 입성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이날 통화에서 “상속세 부담 완화는 검토해 볼 수 있는 이야기”라며 “중산층의 세 부담이 있는 데다 기준 자체가 오래된 만큼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野“상속세 일괄공제 5억원서 높여 부담 완화” 與“전면 개편을”
민주 “상속세 부담 축소”
차기대선 겨냥한 중산층 감세 카드… 친명 “종부세 완화는 정치 실익없어”
與, ‘유산세→유산취득세’ 변경 검토… 대주주 할증과세도 폐지 추진
차기대선 겨냥한 중산층 감세 카드… 친명 “종부세 완화는 정치 실익없어”
與, ‘유산세→유산취득세’ 변경 검토… 대주주 할증과세도 폐지 추진
●與 “상속세 근본 개편” 野 “초부자 감세”
국민의힘도 22대 정기국회에서 상속세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상속세 과세 체계를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50억 원의 재산을 자녀 2명이 상속받는 경우 50억 원 전체에 대해 세금을 매긴 뒤 이를 두 명이 나눠 내야 해 부담이 크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각자 물려받은 25억 원에 대해 세금을 내는 방식이라 부담이 줄어든다. 이와 함께 대주주 할증과세를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는 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으면 20%의 대주주 할증과세가 적용된다. 한국의 기업승계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지만 할증과세를 적용하면 실질적으로 최대 60%의 세율을 적용받아 사실상 기업 승계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미세조정 방안에 대해 “중산층뿐만 아니라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상속세 전반을 살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대주주 할증과세 폐지와 관련해 “수천억 원을 상속하는 회사에 대한 초부자 감세”라고 맞섰다.
●친명, 종부세엔 “정치적 실익 없어”
최근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는 상속세 외에도 종합부동산세와 금융투자소득세 등 각종 감세 관련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당내에서 종부세 완화 필요성을 가장 먼저 언급했던 박찬대 원내대표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종부세와 금투세, 상속세의 경우 지금 제도가 적절한지 한 번은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국민들이 가진 부담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세제 개편 논의에 대한 실용적 접근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지도부 방침에 따라 민주당은 조만간 상속세, 종부세, 금투세 등 조세제도 전반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모임을 만들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 핵심 관계자는 “실제 세수 증대 효과는 크지 않지만 이념화된 세금 정책 개편 논의를 주도해 중도층 확장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투세 문제와 관련해서도 진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부족한 세수를 어디서 메울 것인가”라며 “(내년) 유예 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시행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