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장거리 비행기 여행의 피로를 잊기 위해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고 잠자는 것을 좋아한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지상보다 기압이 낮은 공중에서 알코올을 섭취한 후 잠들면 혈중 산소 농도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 확인 됐다. 입원 환자라면 산소 호흡기를 달아야 할 정도의 산소 포화도를 보였다.
영국 의학저널 ‘흉곽’(Thorax)에 3일(현지시각) 연구결과를 발표한 독일 과학자들은 비행 중 음주를 즐기는 승객들에게 이번 연구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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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주도한 독일 항공우주센터의 인류학·수면연구 부서 책임자인 에바-마리아 엘멘호르스트 박사(여)는 “낮은 기압에서의 알코올 섭취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효과가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며 승객들에게 “비행 중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말라”고 촉구했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비행 중 음주로 인해 심각한 심장 손상을 입을 위험이 낮지만 “산소 포화도 감소와 심박 수 증가가 기존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엘멘호르스트 박사는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18세에서 40세 사이의 건강한 성인 48명을 두 편으로 나누어 한 쪽은 해면 기압(평균 해수면에서의 대기압)에서 수면 실험을 했고, 다른 한 쪽은 항공기 비행 고도에 해당하는 기압을 설정한 실험실에서 수면 실험을 했다.
각 무리(각각 24명)의 절반인 12명은 맥주 두 캔 또는 와인 두 잔에 해당하는 알코올을 섭취한 후 4시간 동안 잠을 잤고, 다른 12명은 알코올 섭취 없이 잠을 잤다. 이틀 후 역할을 바꿔 앞서 알코올을 섭취했던 사람들은 그냥 잠을 자고 반대인 쪽은 알코올 섭취 후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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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실내 대기압에 맞춘 실험실에서 잠들기 전 음주를 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혈중 산소 포화도가 85%로 떨어지고, 낮은 산소 수준을 보상하기 위해 심박 수는 분당 평균 88회로 상승했다.
반면 해면기압에서 음주 후 잠든 사람들의 혈중 산소포화도는 평균 95%, 심박 수는 77회로 측정됐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산소 포화도는 95%~100%, 평균 심박 수는 70~75회로 본다.
전문가들은 산소 포화도가 90% 이하로 떨어지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산소포화도가 90%이하로 떨어지면 병원에선 산소 호흡기를 달아준다.
미국 뉴욕 마운트 시나이 푸스터 심장병원 원장인 디팍 바트 박사는 “9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며 “수년 동안 환자들에게 비행 중 음주를 하지 말라고 권고해왔다. 이번 연구는 그 조언에 더 확신을 갖게 만든다”고 4일 NBC뉴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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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트 박사는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 연구에서 설명된 효과의 조합이 심장 마비, 뇌졸중 또는 혈전 형성과 같은 심각한 심혈관 결과를 촉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코올이 심장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한 밴더빌트 대학 의료센터의 마리안 피아노 간호학과 교수는 “제가 우려하는 것은 산소포화도 감소다. 그 수치는 신체 조직에 산소 전달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비정상적인 수준에 근접했다”고 지적했다.
피아노 교수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들은 기본 산소 포화도가 낮다.”
컬럼비아 대학 의과대학의 심장 전문의이자 조교수인 프라샨트 바이스나바 박사는 “건강한 젊은 사람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하지는 않겠지만, 이 연구는 기저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비행 중 술을 피할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