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위는 5일 황 위원장이 주장하는 2인 지도체제 등을 보고받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여상규 특위 위원장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현행 단일지도체제, 집단지도체제, 하이브리드형(2인) 지도체제 등 3가지 안 모두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일 열린 의총에서 “이번까진 현행 체제로 치르자”고 의견이 모였지만 논의는 해보겠다는 것이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6.05. 서울=뉴시스
ⓒ뉴시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통화에서 2인 지도체제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당 지도부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7월 25일로 예정된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 비대위’를 맡은 황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6번째 여당 대표다.
국민의힘은 2022년 5월 집권 여당이 된 후 당 대표가 이준석 대표, 주호영 비대위원장, 정진석 비대위원장, 김기현 대표, 한동훈 비대위원장, 황 위원장까지 6번 바뀌었다. 황 위원장 측은 “당 지도부가 안정돼야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을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틀 전인 3일 의총에서 “지도체제 논의는 다음 지도부로 넘기자”고 의견을 모은 상황에서 당헌당규개정특위위원회가 황 위원장이 주장한 2인 지도체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 당권 주자 윤곽이 잡히는 상황에서 비대위가 섣불리 결정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 친한-친윤 “2인 지도체제 반대”
ⓒ뉴시스
차기 당권 경쟁 구도의 축인 친한(친한동훈)계, 친윤(친윤석열)계, 비윤 당권주자들도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는 방안으로 해석 된다”며 “한 전 위원장이 대표가 됐을 경우 솎아내고 친윤 지도부를 만드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친윤 핵심 의원은 “말도 안 된다. 코미디”라고 했다. 다른 친윤 의원도 “어차피 대표가 물러날 때 정치적 책임을 지도부가 함께 져야 한다”며 “당 대표가 무너질 것을 전제하고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의원은 “2인 지도체제는 너무 인위적이다. 그럴 바에 차라리 단일지도체제로 가는 게 낫다”고 했다. 안 의원은 수직적 당정관계 극복을 위해 집단 지도체제를 주장한 바 있다.
● 당 내부 “더 시간 끌면 위험”
‘2인 지도체제’는 복수의 비대위 관계자도 부정적인 기류라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황 위원장 측 관계자는 “전당 대회 경쟁 구도와 별개로 당 대표가 계속 바뀌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애당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2005년 이전까지 당 대표 1인 독점 체제로 운영되다가 200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만든 당 혁신안에 따라 9인 집단지도체제로 바뀌었다. 2015, 2016년 김무성 당 대표 시절 김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친박근혜)계 간 극심한 갈등이 이어졌다. 이후 국민의힘은 2016년 단일지도체제로 전환한 뒤 지금까지 유지해 왔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