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院) 구성부터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면 여야 협치는 존립 근거를 잃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대통령을 방어하자고 차일피일 원 구성을 미룰수록 국민의 고통은 가중된다.”(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원 구성 협상을 위한 회동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추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 원내대표,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2024.6.5. 뉴스1
여야는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린 5일부터 원구성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몫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민주당이 국회의장 선출을 강행하자 국민의힘이 “거대 야당의 힘자랑”이라며 본회의 참석을 보이콧한 것.
민주당은 의장에 이어 상임위원장도 “국회법에 따라 이달 7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법은 상임위원의 경우 첫 임시회 집회일로부터 2일 내 선임하며, 상임위원장은 3일 이내 선출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5일 첫 본회의가 열렸으니 2일 후인 7일까지는 상임위원을 선임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 주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7일은 강행 규정이 아닌 훈시적 조항일 뿐, 여야의 협의와 합치가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이날 오전에도 원 구성을 위해 약 50분간 협상을 벌였지만 빈손으로 헤어졌다. 법사위 운영위 과방위원장 배분에서 접점 찾기에 실패한 것.
국민의힘은 세 개 위원회를 포함해 21대 후반기 때와 같은 개수인 7개의 상임위를 여당 몫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추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는 제2당(국민의힘)이, 운영위는 여당이, 과방위는 (21대 국회) 후반기에 (여당이 했듯이) 국민의힘에서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으로, 자체 원 구성 명단도 7일까지 제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 구성 등 22대 국회 개원 관련 협상을 위한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2024.06.05. 서울=뉴시스
반면 민주당 역시 세 상임위를 모두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이 명단을 제출을 끝내 거부해 원 구성 협상이 국회법에서 정한 법정 시한인 7일까지 마무리되지 않으면 본회의에서 단독 표결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민주당 내부 회의에서는 여당에서 7일까지 원 구성 명단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토요일인 8일에라도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과, 주말을 넘겨 10일에 열자는 의견 등이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내에선 합의에 끝내 실패할 경우 18개 전체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오는 안도 거론된다. 박 원내대표는 “법에서 정한 기한 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민주주의 원칙대로 의결하겠다”고 강조했다.
● 우원식 “밤샘해서라도 7일까지 제출”
우원식 국회의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2024.06.05. 서울=뉴시스
이같은 방침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는 주말 후 10일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의장이) 7일 밤 12시까지 (명단을) 받아야 한다고 하니 7일은 (본회의가) 물리적으로 못 열린다”며 “8~9일은 휴일이니 월요일(10일)에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에 불참한 대신 국회 로텐더홀의 대리석 바닥에 주저앉아 규탄대회를 벌였다. 우 의장은 본회의 산회 직후 첫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추진했지만 추경호 원내대표는 본회의 의사일정이 일방적이라며 반발해 불참했다. 여야는 정식 개원식 일정도 아직 잡지 못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