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바다 때문”…WMO “향후 5년간 더 뜨거운 해 올 것”
지난 봄(3~5월)이 1973년 이래 역대 두번째로 가장 따뜻한 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2022~2024년)간 봄철 평균기온은 역대 1~3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으며 가속화되는 지구 온난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왔다. 기상청은 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봄철 기후 분석 결과’를 내놨다.
● 최근 3년, 역대 봄철 기온 1~3위 싹쓸이
2024년 봄철(3~5월) 일별 전국 평균기온을 평년과 비교한 그래프. 자료 기상청
올봄 전국 평균기온은 13.2도로 평년 대비 1.3도 높았다. 기상관측망을 전국으로 대폭 확충한 1973년 이후 52년 동안 두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3개월 평균 기온으로는 두 번째지만, 전국 일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던 일수로 따지면 역대 1위다. 봄철 92일 중 72일이 평년보다 기온이 높았다. 특히 4월에는 서울(29.4도, 14일) 춘천(30.4도, 14일) 태백(28.4도, 27일)등 30도를 넘나드는 때이른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며 4월 평균기온으로는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이같이 이상 고온을 경신하는 해가 최근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 봄이 13.5도로 역대 봄철 평균기온 1위, 2022년 봄(13.2도)이 3위를 기록하는 등 최근 3년이 역대 봄철 평균기온 1~3위를 차지했다. 최근 3년뿐 아니라 최근 10년 중 8개 연도가 역대 봄철 평균기온 10위 내에 들었다.
●봄철 이상고온 부른 건 뜨거워진 바다
4월에도 30도에 육박하는 때이른 초여름 날씨에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는 나들이객들이 붐볐다. 뉴스1
올봄 이상고온에 대해 기상청은 “3, 4월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평년보다 약했고 우리나라에 따뜻한 남풍 계열의 바람이 자주 불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월에는 비교적 대륙고기압 영향도 자주 받았으나 몽골 주변의 대륙 기온이 평년보다 2~4도 높아 빠르게 이동성 고기압으로 변질되며 기온이 높아졌다.
이같은 현상은 지구 온난화와 함께 전세계 바다의 해수면 온도가 올라간 영향이 크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에 따르면 전 세계 바다 평균 해수면 온도는 지난해 3월 중순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매일 1982년 이후 역대 최고 일일 온도를 경신했다. 올봄 우리나라 해수면 온도(14.1도)도 최근 10년 평균보다 1.1도 높아 10년 중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 지역 아라비아해의 해수면 역시 평년보다 따뜻해 대류 활동이 강해지면서 고기압이 발달했다. 이 파동이 중위도까지 전파되면서 중국 내륙에는 저기압, 우리나라 주변과 필리핀해와 대만 인근에서는 고기압성 흐름이 강해졌다. 한반도가 고기압 영향권에 들면서 햇볕이 내리쬔 데다, 대만에서 발달한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남동쪽의 온난다습한 수증기가 다량으로 흘러들어오며 기록적으로 따뜻한 봄이 된 것이다.
이 가운데 이날 세계기상기구(WMO)는 ‘전지구 1~10년 기후 업데이트 보고서’에서 앞으로 5년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평균 기온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80%라고 내다봤다. 1.5도는 국제사회가 2015년 파리기후협정 당시 ‘이 온도는 넘지 말자’고 약속한 임계치다. 다만 코 배럿 WMO 사무차장은 “최근 12개월(2023년 6월~2024년 5월) 사이 세계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평균 대비 1.63도 높아 1.5도를 넘어섰다”며 “다만 1.5도 목표는 수십년에 걸친 장기적인 온난화를 의미하기에, 이 목표를 영구적으로 위반했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