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콜센터 노동자 정부대책 촉구 기자회견 악성민원에 자존감 하락·수면 장애 등 피해 호소 콜센터 노동자 대부분이 악성민원 겪고도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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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관 콜센터 노동자 78%가 민원 응대 과정에서 폭언을 겪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악성민원을 겪은 콜센터 노동자들 대다수는 항의하기보다 참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악성민원에 시달리는 콜센터 노동자 실태조사 및 정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전국 공공기관, 금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콜센터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는 791명이 응답했다.
민원 응대 도중 폭언을 겪었다는 응답은 77.9%, 반복민원은 60.1%, 업무와 관련 없는 민원은 54.5%로 각각 나타났다.
그 밖에 보복성 행정 제보·신고를 겪었다는 응답(15%)과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응답(12.8%)도 있었다.
노조가 접수받은 악성민원 피해 사례들을 보면, 콜센터 상담사에게 “씨xx”, “개 같xxx”이라고 욕설을 퍼부은 사례는 물론, 성대 결절과 감기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은 상담사에게 “상담사 자질이 없으니 그만둬라”고 폭언한 사례, “니들은 거기 앉아서 하는 게 뭐냐”는 모욕적 발언을 한 사례, 민원 응대 도중 ‘죽겠다’며 협박한 사례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악성민원으로 인해 콜센터 노동자들은 자존감 하락과 수면 장애 등 피해를 호소했다.
악성민원이 발생할 경우 대응 방법으로는 ‘개인적으로 참음’(91.2%)이 가장 많았다. 민원인에게 항의하는 경우(3.9%)나 직무 변경을 요청하는 경우(1%) 등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콜센터 노동자 대부분이 악성민원을 겪고도 참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고객 응대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 도와줄 기관 내 공식적인 제도가 있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비율은 33.6%에 그쳤다. 고객 폭언 응대 방안과 상담사 보호조치에 대한 교육 실시 여부에 대해서는 ‘없거나 교육시기가 1년 이상 지났다’는 응답 비율이 67.2%로 가장 많았다.
노조는 “지난달 2일 정부는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민원상담의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며 “악성민원에 대한 보호조치를 모든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