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작가 위모, 8월 17일까지 개인전 대지 미술 작품 ‘기도’ 변주해 선보여 올해 광주비엔날레도 참여 “이날치와 ‘태초의 생명’ 협업할 것”
아시아에서 첫 개인전인 ‘DUST(먼지)’를 서울 강남구 화이트큐브 서울에서 여는 마르그리트 위모가 5일 조각 작품 ‘채굴 파이프(Extraction Pipe)’ 옆에 섰다. 위모가 지난해 미국의 황폐해진 벌판에서 느낀 감각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23년 미국 콜로라도주 샌루이스의 광활한 벌판. 오랫동안 이어진 농작과 극심한 가뭄으로 황폐해진 이곳을 밤에 걷던 프랑스 출신 미술가 마르그리트 위모(38)는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외로움’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밤에 불을 켜지 못하도록 해 별이 찬란하게 보였고, 걷다 보면 동물들이 파 놓은 굴에 발이 푹 빠졌어요. 분명 검은 들판에 나 혼자인데 보이지 않는 무한한 자연과 맞닿은, ‘연결된 외로움’을 느꼈죠.”
위모는 죽은 듯한 땅의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약 66만 ㎡(약 20만 평)에 달하는 지역 곳곳에 작품을 놓은 초대형 대지 미술 작품 ‘기도(Orisons)’다. 이 ‘기도’를 변주한 설치, 사진, 드로잉 작품이 서울 강남구 화이트큐브 서울에서 7일 개막하는 개인전 ‘DUST(먼지)’를 통해 소개된다. 4일 그를 갤러리에서 만났다.
이번이 아시아 첫 개인전이지만 위모는 2016년 프랑스 파리 팔레 드 도쿄를 시작으로 영국 런던 테이트 브리튼(2017년), 미국 뉴욕 뉴뮤지엄(2018년) 등에서 개인전을 열며 젊은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와 협업해 인간 존재의 신비와 미스터리를 탐구했는데, ‘기도’에서도 조류학자, 야생동물 전문가는 물론이고 지역 주민과 풍수사까지 만났다.
전시장 벽면에는 황량한 대지에서 찍었던 사진이, 중앙에는 섬유와 금속, 테라코타 등을 재료로 땅을 재해석한 조각이 전시됐다. 촘촘히 짜인 그물망이 만든 공간, 그 속의 작은 동물과 땅까지 소우주를 보는 듯한 광경이 펼쳐진다.
올해 광주 비엔날레에도 참여하는 위모는 “한국 생물학자와 협업해 생물 표본을 채집하고, 고생대 한국의 환경을 복원해 볼 예정”이라며 “태초에 생명이 탄생했을 때 어떤 모양이고 어떤 리듬을 가졌을지를 상상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 밴드 이날치의 멤버 송희에게 실험적 판소리를 작곡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태초의 생명체가 태어났을 때의 리듬과 판소리의 기교만 활용한 새로운 음악의 리듬이 합쳐지는 풍경이 될 것 같아요.”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영국 왕립예술대(RCA)에서 공부한 위모는 “가장 친한 친구가 한국인이고 룸메이트로도 함께 지내 주말마다 해물파전을 만들어 먹었다”며 “8월 작품 설치를 위해 한국에 오래 머물게 돼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7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