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을 움직이는 3대 동력이 있다. 흔히 3D로 불린다. 바로 Death(죽음), Divorce(이혼), Debt(부채)다. 큰손 컬렉터가 죽거나, 이혼하거나 빚이 많을 때 A급 미술품들이 대거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17세기 벨기에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걸작 ‘살로메에게 바쳐진 세례자 요한의 머리’(1609년·사진)가 지난해 경매에 나온 것도 컬렉터 부부의 이혼 때문이었다.
그림은 성경에 나오는 세례자 요한의 참수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연회에서 살로메의 춤에 매혹된 헤롯왕은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겠다고 약속했고, 살로메는 어머니 헤로디아의 지시대로 요한의 목을 요구했다. 많은 화가들이 이 주제를 다뤘지만, 루벤스 그림이 특히 사랑받는 건 표현의 디테일과 생동감 때문일 테다. 목이 잘려나간 요한의 몸은 바닥에 비참하게 고꾸라졌고, 하녀는 쟁반 위 요한의 머리가 아무렇지도 않은지 그의 혀를 뽑아보고 있다. 살로메도 어떤 죄의식도 없이 태연하게 손가락질을 하며 잘린 머리를 바라보고 있다.
스페인 왕실 소유였던 그림은 18세기 중반 이후 무려 2세기 동안 종적을 감췄다. 그러다 199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 처음 등장해 약 550만 달러에 팔렸다. 이후 그림은 부동산 재벌 마크 피시와 그의 아내인 판사 출신 레이철 데이비슨 소유가 됐다. 문제는 이들 부부가 35년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2022년 이혼 소송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부부가 30년간 함께 수집한 2400억 원 가치의 컬렉션을 분할하는 게 이혼 소송의 핵심이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