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관련 소비 많은 ‘기술애호가형’… 사회관계-이동지역 다양성 높아 통행료 지출 잦은 ‘장거리 통근형’… 소비 많고 사회관계 다양성 낮아 휴대전화 데이터 함께 분석하니… 일정한 경향성 보인 그룹별 분화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신용카드 사용기록과 생활 패턴
“갑자기 낯선 도시에 혼자 가게 되었는데, 단 한 가지 물건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낭만적인 물건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필자는 ‘신용카드’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낯선 곳에서 생존의 기본은 역시 ‘의식주’가 아닐까? (돌아와서 할부금을 갚아야 하더라도).》
현금 없이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면서, 신용카드는 우리의 소비 패턴과 이동 경로 등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디지털 발자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데이터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사회 전체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소개하는 두 연구는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한다.
첫 번째 연구(①번 논문)는 멕시코시티 15만 명의 신용카드 사용 기록을 분석하여 도시 생활 방식을 파악한 연구이다. 연구팀은 신용카드 사용 기록에서 특정 시간대에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소비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다섯 가지 유형의 소비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연구(②번 논문)는 영국 은행 고객 1306명의 신용카드 거래 명세를 분석하여 소비 패턴과 개인의 심리적 특성 사이의 관계를 밝혀낸 연구이다. 단순히 얼마를 썼는지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떤 품목에 돈을 썼는지,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비 패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을 참여자의 심리 검사 결과와 함께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물질주의, 자기 통제력, 외향성, 신경증 등 네 가지 심리적 특성과 관련된 소비 패턴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물질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자선 단체 기부는 덜 하지만, 도박 관련 지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물질적 소유를 중시하면 타인에 대한 배려나 사회적 기여에 대한 관심은 낮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신용카드 사용 기록은 사회 전체의 소비 흐름, 경제 활동, 심리적 특징 등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연구는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연구① Di Clemente, Riccardo, et al. “Sequences of purchases in credit card data reveal lifestyles in urban populations.” Nature communications 9.1(2018): 3330.
연구② Tovanich, Natkamon, et al. “Inferring psych ological traits from spending categories and dynamic consumption patterns.” EPJ Data Science 10.1(2021): 24.
연구② Tovanich, Natkamon, et al. “Inferring psych ological traits from spending categories and dynamic consumption patterns.” EPJ Data Science 10.1(2021): 24.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