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때의 지하벙커 1983년 개조 25cm 철문 뒤로 조선 어보 등 보관
5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정소영 유물과학과장이 지하에 있는 제11수장고에서 보관하고 있는 ‘이승당(貳丞堂)’, ‘보현당(寶賢堂)’ 현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5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지하 수장고(收藏庫·유물을 보관하는 곳). 지하 11m에 자리 잡은 400m 길이의 터널을 지나 25cm 두께의 철문 4개를 통과한 끝에야 닿을 수 있었다. 1962년 중앙청(구 조선총독부 청사)의 안보 회의장으로 지어진 이곳은 1970년대 중반에는 박정희 정부의 전시용 비상벙커로 사용됐다. 이후 1983년 항온, 항습시설을 갖춘 박물관 수장고로 개조됐다. 고궁박물관의 지하 수장고는 총 16개로 면적은 3734m²에 달한다.
박물관 직원이 조선시대 왕실 어보 등을 보관하고 있는 제10수장고 문을 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올해 5월 기준 고궁박물관 소장 유물은 8만8530점. 10수장고에는 지난해 6월 보물로 일괄 지정된 조선 어보와 어책(御冊·왕위 책봉 등에 어보와 함께 올리는 책), 교명(敎命·왕비, 왕세자 등을 책봉할 때 왕이 내리는 문서) 628점이 보관돼 있다. 박물관이 함께 공개한 11수장고에선 정조가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사도세자 사당 ‘경모궁(景慕宮)’의 현판을 볼 수 있었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현재 수장고의 포화율이 160%에 달한 상태”라며 “좀 더 체계적으로 유물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