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직 상실하면 부대표가 승계 황우여, 당내 반대에도 도입 주장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등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황 비상대책위원장이 주장하는 전당대회 1등이 당 대표, 2등이 부대표를 맡는 ‘2인 지도체제’ 도입을 논의했다. 뉴스1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차기 당 대표 선출을 기존 단일지도체제로 치르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다음 날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 1등이 당 대표를, 2등이 부대표를 맡는 ‘2인 지도체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당 대표가 전권을 갖는 단일지도체제를 바꿔 당 대표가 직을 상실하면 부대표가 대표직을 승계해 지도부의 안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친윤(친윤석열)계는 “말도 안 되는 코미디”, 친한(친한동훈)계는 “전당대회 등판 시 당선이 유력한 한동훈 힘 빼기”라고 반발하면서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당내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위는 5일 황 위원장이 주장하는 2인 지도체제 등을 보고받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여상규 특위 위원장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현행 단일지도체제, 집단지도체제, 하이브리드형(2인) 지도체제 등 3가지 안 모두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황 위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2년 만에 대표가 6명이나 바뀌었다”며 “당 대표가 사퇴하면 지도부가 무너지는 악순환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만나 “대통령 궐위 시 이를 대체할 부통령을 뽑는 개념”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꼼수 지도체제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전당대회부터 빨리 치르자”는 반발이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1, 2등이 싸우는 구도가 되면 당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친한계 인사는 “2인이든, 집단이든 당 대표 권한 약화는 반대”라고 말했다. 특위 위원으로 참석한 한 현역 의원도 “특위의 권한 범위를 넘어섰다. 지도체제 개편을 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황우여 “부통령격 黨부대표 뽑아야”… 친한-친윤 일제히 “반대”
與 2인지도체제 논의 논란
黃 “대표 궐위 대비로 지도부 안정”… 의총서 “원톱 유지” 의견 수렴에도
당헌특위서 지도체제 논의 강행… 의원들 “비대위가 결정할 일 아냐”
黃 “대표 궐위 대비로 지도부 안정”… 의총서 “원톱 유지” 의견 수렴에도
당헌특위서 지도체제 논의 강행… 의원들 “비대위가 결정할 일 아냐”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당 대표가 임기 2년을 못 채우는 경우가 많았다. 부통령 격인 부대표를 함께 뽑아 당 대표 궐위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2022년 5월 집권 여당이 된 후 당 대표가 이준석 대표, 주호영 비대위원장, 정진석 비대위원장, 김기현 대표, 한동훈 비대위원장, 황 위원장까지 6번 바뀌었다. 황 위원장 측은 “당 지도부가 안정돼야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을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틀 전인 3일 의총에서 “지도체제 논의는 다음 지도부로 넘기자”고 의견을 모은 상황에서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가 황 위원장이 주장한 2인 지도체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 당권 주자 윤곽이 잡히는 상황에서 비대위가 섣불리 결정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 친한-친윤 “2인 지도체제 반대”
여상규 당헌당규개정특위 위원장은 현행 단일지도체제와 2인 지도체제, 선거 1등이 당 대표, 2등 이하가 최고위원을 맡는 3인 이상의 집단지도체제 등을 포함한 지도체제 변경 논의를 7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여 위원장은 2013년 황 위원장이 당 대표이던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측근이다. 여 위원장은 “내용이 픽스(고정)된 건 아니고 일단 의논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당권 경쟁 구도의 축인 친한(친한동훈)계, 친윤(친윤석열)계, 비윤 당권주자들도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는 방안으로 해석된다”며 “한 전 위원장이 대표가 됐을 경우 솎아내고 친윤 지도부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친윤 핵심 의원은 “말도 안 된다. 코미디”라고 했다. 영남 재선 의원도 “어차피 대표가 물러날 때 정치적 책임을 지도부가 함께 져야 한다”며 “당 대표가 무너질 것을 전제하고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의원은 “2인 지도체제는 너무 인위적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단일지도체제로 가는 게 낫다”고 했다. 안 의원은 수직적 당정관계 극복을 위해 집단 지도체제를 주장한 바 있다.
● 당 내부 “더 시간 끌면 위험”
‘2인 지도체제’는 복수의 비대위 관계자도 부정적인 기류라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위원장 측 관계자는 “전당대회 경쟁 구도와 별개로 당 대표가 계속 바뀌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애당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관리형’ 비대위원장인 황 위원장이 원내의 반발에도 지도체제 개편을 던지자 갖가지 추측이 나왔다. 한 의원은 “성일종 사무총장이 나서서 현행대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황 위원장이 고집을 부리고 있다”며 “뒤에서 작업하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친윤 당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1, 2등 모두 비윤 인사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며 “친윤 입장에서도 황 위원장의 속내가 궁금할 것”이라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지도체제까지 건드렸다간 전당대회 시간만 더 걸린다. 이대로 가면 더 위험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2005년 이전까지 당 대표 1인 독점 체제로 운영되다가 200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만든 당 혁신안에 따라 9인 집단지도체제로 바뀌었다. 2015, 2016년 김무성 당 대표 시절 김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친박근혜)계 간 극심한 갈등이 이어졌다. 이후 국민의힘은 2016년 단일지도체제로 전환한 뒤 지금까지 유지해 왔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