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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홀로 6·25 순국장병 가족 찾아준 노병…“당연한 도리이자 의무”

입력 | 2024-06-06 16:42:00


정일랑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전남지부 여수지회장은 2016년부터 전남 여수 국군묘지에 안장된 6·25전쟁 순국장병 가족찾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전남지부 여수지회 제공


“조국을 위해 헌신한 6·25전쟁 순국장병들을 현충원으로 모셔 합당한 예우를 받게 하는 것은 후손으로서 당연한 도리이자 의무입니다.”

6일 전남 여수시 자산공원 충혼탑에서 열린 69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정일랑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전남지부 여수지회장(82·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정 회장은 9년 가까이 사실상 홀로 여수 국군묘지에 안장된 6·25전쟁 순국장병 가족 찾기 운동을 펼쳐 12명의 가족을 찾아줬다. 이날 추념식장에서 부산에서 온 12번째 순국장병의 조카를 만나 현충원 안장을 논의했다.

전남 여수시 화장동 한 야산에 자리한 여수 국군묘지 추모비에는 순국장병 공동묘지라는 명칭이 적혀있다.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전남지부 여수지회 제공


정 지회장은 1968년 맹호부대 소대장으로 베트남에 파병돼 전투에 참여했다가 부상을 입고 중위로 제대한 노병이다. 그는 2016년 여수시 화장동에 위치한 국군묘지(989㎡)에 6·25전쟁 참전 순국장병 묘지 57기가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국군묘지는 1954년 대한전몰군경유족회에서 전남지사의 허가를 받아 조성했다. 이후 국가보훈부가 현충시설로 지정해 여수시가 관리하고 있다.

여수시는 2016년 당시 국군묘지 25기에 유해가 묻혀있었고 나머지 32기는 묘비만 세워져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묘비에는 이름, 계급이 기록돼 있지만 전사기록, 유족 등은 적혀있지 않다. 정전 이후 71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국군묘지에 안장된 순국장병들은 잊혀져 갔다.

정 지회장은 여수 국군묘지에 안장돼 있는 순국장병 25위를 현충원, 호국원에 모셔야 한다는 생각에 가족 찾기에 나섰다. 월남전 참전용사인 그는 고향 6·25전쟁 전사자의 가족을 찾아야 현충원 안장이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9년 동안 순국장병 12명의 가족을 찾아냈다. 혈연이 확인된 순국장병 6명은 대전현충원, 임실호국원에 안장됐다. 7번째로 이장되는 고 정병운 상병은 8월 23일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여수수산고를 졸업한 정 상병은 21세 때인 1952년 11월 입대했다. 그는 정전을 앞두고 치러진 6·25전쟁 마지막 전투라는 강원도 금화지구에서 1953년 6월 14일 전사했고 화랑무공훈장을 수여받았다. 정 지회장은 “고 정병운 상병의 여동생과 연락이 돼 대전현충원 안장이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정 지회장은 순국장병의 부모, 형제자매가 사망해 혈연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여수시 관계자는 “여수 국군묘지 순국장병 가족 찾기 운동은 정일랑 지회장이 사실상 혼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지회장은 국가보훈부, 전쟁기념관, 국방부 국사편찬연구소, 여수시 등의 도움을 받아 가족 찾기 활동에 온힘을 쏟고 있다. 정 지회장은 “여수 국군묘지에 묻혀있는 25위 순국장병들의 가족을 모두 찾아 현충원에 안장해 합당한 예우를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