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인 6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한 아파트 창문에 대형 욱일기 2개가 걸려있다. 부산=김화영 기자run@donga.com
현충일인 6일 부산에 있는 한 주상복합아파트에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가 내걸려 국민적 공분을 샀다. 욱일기 게시자는 이 아파트에 3, 4개월 전에 이사온 한국인 세입자로 알려졌고, ‘여행가서 집에 아무도 없다’는 쪽지만 문 앞에 남겨놨다.
현충일인 6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한 아파트 창문에 대형 욱일기 2개가 걸려있다. 부산=김화영 기자run@donga.com
이날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43층 아파트 37층 외벽과 창문에 욱일기 2개가 내걸렸다. 아파트 한 층을 모두 덮을 정도로 크기가 커서 약 200m 떨어진 도로에서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아파트는 광안리해수욕장과 약 1㎞ 떨어진 왕복 6차로 도로변에 있어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시민들이 사진을 촬영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논란이 커졌다.
욱일기 제거를 요청하는 112신고가 이날 오전 9시 29분경부터 15건 접수됐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도 항의 전화가 30통 넘게 들어왔다. 욱일기를 내리라는 아파트 내부 방송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아파트 관계자는 “5일까지는 일장기가 걸려있었는데 6일 오전에 욱일기로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며 “게시자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해봤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욱일기를 강제 철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지방자치단체와 옥외물광고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입주민과 아파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욱일기 게시자는 4월부터 같은 위치에 일장기를 부착했다가 떼는 걸 반복했다고 한다. 욱일기가 내걸린 집 현관문에는 ‘여행가서 아무도 없다. 대국민 사기극은 이제 끝났다’는 문구가 적힌 A4용지가 붙어있었다. 또 ‘대규모 국가배상금을 은폐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유인물도 만들어 문 앞에 놨다. 유인물에는 ‘수영구가 아파트 가구당 수백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적어놨다. 한 입주민은 “평소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해왔다”고 전했다. 2012년 5월 준공된 이 아파트는 2개 동에 전용면적 128~250㎡ 299채 규모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