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 커지자 5대銀 3%대 이자도 ‘고점’ 판단 주식-코인 대신 안전 투자 선호도 저축은행 수신액은 100조도 위태
윤모 씨(27)는 지난달 2000만 원을 한 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에 넣었다. 퇴직금에 만기가 돌아온 적금까지 더해진 돈이라 손해를 볼 수 있는 투자는 내키지 않았고, 저축은행의 금리가 더 높았지만 은행이 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윤 씨는 “지난해 하반기(7∼12월)까지만 해도 연 4%대 예금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아쉽다”면서도 “안전하게 3.5%의 이자를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마음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연 4%대 정기예금 상품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가 내려가고 있는데도 예금족들이 몰리면서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은 한 달 전보다 17조 원 늘었다.
● 4%대 예금 실종에도 17조 원↑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3.50%)에 불과한 이자에도 오히려 수요가 늘어난 데에는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따라 현재의 예금금리를 고점으로 보는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 5일(현지 시간) 캐나다는 주요 7개국 중 처음으로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주식, 가상자산 등 대체 투자처의 매력이 떨어진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인플레이션, 고용 지표가 안정화된다면 미국이 9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은행이 단기적으로 자금을 넣기에 적절한 선택지라고 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저축은행업계, 몸집 줄여 리스크 관리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정기예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대출 신규 영업이 어렵다 보니 수신 규모도 줄고 있다”며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 3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지난해 9월보다 14조 원 넘게 급감한 103조7449억 원으로 100조 원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