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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北 오물풍선 살포 가능성…軍 “대북확성기 즉각 설치”

입력 | 2024-06-06 19:44:00


탈북민단체가 대북 전단 20만 장을 북한에 살포한 6일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오물풍선’을 살포할 가능성이 큰 ‘부양 원점’을 중심으로 정찰 자산을 동원해 집중 감시했다. 북한이 앞서 2일 대북전단 살포 시 오물풍선으로 “100배 대응”에 나서겠다고 위협한 만큼, 군은 수일 내 대규모 오물풍선 살포나 다른 형태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풍향을 보며 오물 풍선 3차 살포 디데이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군 내부에서는 북풍이 부는 9일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번 주말 북한 지역에 비가 예보돼 있는 만큼, 풍향 외 기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등으로 해안포 집중 사격에 나서는 등 다른 방식으로 기습 도발을 해올 가능성도 군은 주시하고 있다.

● 확성기 방송에 “오물풍선 저급” 포함

앞서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우리는 한국 것들에게 널려진 휴지장들을 주워 담는 노릇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며 대북전단 살포 시 오물풍선을 다시 날리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일단 북한은 언제든 오물풍선 테러에 나설 준비는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풍선 수량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동향이 파악됐다”며 “필요하면 수 시간 안에 대량 제작 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또 “(최근 날린) 오물 풍선보다 대규모로 살포하거나 다른 내용물을 매달아 날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두 차례에 걸쳐 “휴지쓰레기 15t을 각종 기구 3500여개로 한국 국경 부근과 수도권 지역에 살포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보다 많은 풍선을 더 장기간에 걸쳐 살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 앞서선 거름이나 쓰레기 등을 풍선에 매달았지만 향후 다른 오염 물질들까지 매달아 날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군은 북한이 오물풍선 3차 살포를 감행하면 대북 확성기를 전방에 즉각 설치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오물풍선 도발 수위에 따라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 등 법적 절차 마무리→확성기 설치→실제 방송 재개’로 이어지는 3단계 대응책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4일 9·19 합의 효력을 정지시킨 만큼 언제라도 확성기 방송 재개가 가능하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북한이 오물 풍선을 다시 날리면 바로 2단계인 확성기 설치 카드를 꺼내들겠다는 것.

정부는 북한의 오물풍선 3차 살포로 인명 또는 재산 피해가 발생해 여론이 악화하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라는 3단계 조치를 2단계 확성기 설치와 동시에 실시할 수도 있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설치 이후 시간을 두고 실제 방송을 재개할지, 설치와 동시에 방송을 할지는 전적으로 북한 행태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에 담을 콘텐츠도 마련해놓은 상태다. 방송에는 오물을 실어 보내는 북한의 비정상적이고 저급한 행태를 북한 주민에게 상세하게 알리는 동시에 이런 테러 행위가 민간이 아닌 김정은 정권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도 비중 있게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北, 서해상 포사격 도발 관측도

군 당국은 북한이 오물풍선이 아닌 다른 형태의 도발을 감행하거나 오물풍선과 동시 도발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서해에서 해상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앞서 1월 9·19 합의에 명시된 서해상 적대행위 중지 구역 내로 사흘에 걸쳐 포 사격 400발을 집중적으로 퍼부은 바 있다. 당시 북한군의 도발로 해상 적대행위 중지 구역은 이번에 9·19 합의 효력 정지가 이뤄지기 전부터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 만큼 일단 해상 도발부터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일각에선 북한이 비닐 속에 대남전단이나 오물을 넣어 강과 바다로 보내는 방식으로 낮은 단계 도발부터 해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