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이 물결은 예상치 못한 성공을 부릅니다. 2000년대 중반 등장한 스마트폰이 대표적인 사례죠.
이 스마트폰의 출시로 애플은 여느 중진국의 1년 GDP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고, 유튜브가 기존 영상 매체를 대체했으며,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새로운 기능이 ‘페이스북’(현 메타), ‘트위터’(현 X), ‘틱톡’ 등 수많은 거대 기업을 탄생시켰습니다.
물론,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이 급변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소기의 목적만을 달성하고 사라져간 기업도 무수히 존재합니다.
사진설명 징가 로고. 출처 게임동아
●SNS의 소셜 기능에 집중한 ‘징가’ 페이스북을 만나다
‘징가’는 2007년 창업자 ‘마크 핑커스’가 ‘Presidio Media’을 창업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미국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대성공으로 인해 창업 열풍이 불고 있었고, ‘징가’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미국의 여러 벤처 캐피털(BC)의 투자를 받아 설립된 수많은 회사 중 하나였죠.
징가 상장 당시 마크 핑커스. 출처 게임동아
사실 징가에서 선보인 게임은 당시 출시되던 게임들과 큰 차이점이 없었는데요. 실제로 징가가 처음 출시한 게임인 ‘텍사스 홀덤 포커’ 역시 이전에 있었던 카지노 게임과 별반 차이가 없었고, 이후에 출시된 게임들도 끊임없이 표절 논란에 휩싸일 정도였습니다.
징가가 서비스한 게임중 하나인 팜빌리지. 출처 게임동아
여기에 2009년 전세계에 소셜네트워크게임(SNG)이라는 하나의 장르까지 만들어낸 ‘팜 빌리지’를 출시한 이후에는 일일 사용자(DAU) 2천만 명, 월 사용자 2억 명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우며, 전세계에 SNG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죠.
●광폭 인수전으로 상장까지 성공한 징가
물론, 이러한 급속한 성장은 곧 성장통으로 이어졌습니다. 징가의 성공을 본 수많은 기업이 앞다투어 이 SNG 장르에 뛰어들었고, 쉽고, 간편함에만 집중한 징가의 게임들은 게임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기존 게임들의 매출도 점차 감소하고 있었죠.
이에 ‘징가’는 이 문제를 아주 간편한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바로 실력 있는 개발사를 인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징가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2009년부터 ‘마이 마인 라이프’(My Mini Life)의 인수를 시작으로 수많은 게임사를 인수했습니다.
징가의 인기작 시티빌 . 출처 게임동아
불과 직원 수 10명의 스타트업에서 4년 만에 2천여 명이 넘는 직원과 여러 국가에 게임 스튜디오를 거느릴 정도로 성장한 ‘징가’는 2011년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통해 주당 12달러에 상장에도 성공합니다. 세계 유수의 게임사에 ‘징가’가 이름을 올린 순간이었죠.
●급격한 성장의 후폭풍. 대기업병에 걸린 징가
하지만 ‘징가’의 하락은 바로 이 영광의 순간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SNG의 범람으로 페이스북 스팸 광고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페이스북은 ‘안티 스팸’ 정책을 폈는데, 그 결과 수많은 SNG 개발사가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SNG 장르 자체가 사양 산업으로 바뀐 것입니다.
더욱이 2010년 이후부터 게임 시장의 트랜드는 웹기반의 게임에서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게임으로 변화하고 있었지만, ‘징가’는 이 흐름에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급격한 성장의 후폭풍으로, 회사 내부에 각종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었죠.
당시 ‘징가’는 과도한 성과급 위주의 경영으로, 업무가 가중되고 있었고, 내부 경쟁을 우선시하는 분위기 탓에 직원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내부 불만이 극에 달해 있었습니다.
2012년 이후 징가 주식 평가. 출처 펙트셋
그 결과 징가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발언권마저 잃어버리는 경직된 분위기 속에 경영진들의 과도한 탐욕까지 더해지면서 덩치는 커졌지만, 속은 병들어가는 소위 ‘대기업병’에 걸린 기업과 같은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SNS라는 새로운 물결에 탑승해 성공했지만, 경직된 내부 분위기 속에 스마트폰 게임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징가의 실적은 곤두박질쳤고, 주당 12달러였던 주가 역시 반토막에 이르렀습니다.
2014년 이후 서비스된 징가 포커. 출처 게임동아
비록 2014년부터 카지노 게임이 성과를 내며, 다시 재기를 노리는 듯했지만, 다시는 이전의 영광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징가는 2022년 ‘테이크 투 게임즈’(이하 2K)에 127억 달러에 인수되었습니다. 당시 게임업계 인수 금액 중 최고가를 경신하기는 했지만, 이같이 금액이 커진 이유에는 징가 주식을 64% 프리미엄으로 계산한 것과 부채를 함께 인수한 요인이 컸습니다.
이처럼 ‘징가’는 시대의 흐름을 읽은 과감한 시도와 새롭게 대두되던 플랫폼을 통해 시장을 먼저 선점하며 성공을 거뒀지만, 기업의 성장통을 이겨내지 못하며 주저앉은 회사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는 한국 게임사들에도 좋은 반면교사가 되는데요. 한번의 성공에 샴페인을 터트리는 것보다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징가’의 흥망성쇠가 준 가장 큰 교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