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처음 일본을 넘어섰다. 5년마다 이뤄지는 통계기준 변경과 일본의 ‘슈퍼 엔저’ 영향이 작용한 결과다.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소득 순위도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여섯 번째에 올랐다.
한국은행이 국민계정 통계 기준연도를 2020년으로 바꿔 산출한 한국의 작년 1인당 소득은 3만6194달러였다. 2015년 기준으로 계산한 3만3745달러와 비교해 7.3% 증가했다. 이전에 포착되지 않던 유튜버 등 1인 사업자, 신산업 분야 기업 활동이 통계에 포함되면서 국내 사업체 수가 40%, 매출액은 8% 늘어난 결과다.
기준연도 변경 전에 한국은 작년 1인당 소득이 3만5793달러였던 일본에 뒤졌지만, 변경 후에는 일본에 앞섰다. 한국의 작년 명목 국내총생산(GDP)도 기존 기준으로는 호주, 멕시코에 뒤진 14위였지만, 개편 후 두 계단 상승해 재작년과 같은 12위를 유지했다.
게다가 내년에는 노인 인구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고, 세계 최저 출생률까지 겹쳐 노동력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할 전망이다. 선진국 중 바닥권인 노동생산성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상황이 안 바뀌면 2030년대 초에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고, 2040년대 초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한은의 암울한 전망이 나와 있다.
그런데도 노동·연금·교육 등 정부의 구조개혁은 멈춰 선 상태다. 이대로라면 4만 달러 문턱을 넘기 전에 한국의 성장엔진이 고장 날 가능성이 있다. 통계 개편으로 GDP가 늘면서, 이와 비교한 국가채무, 가계부채 비율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도 발생했다. 이를 근거로 나랏빚, 가계대출을 더 늘리자는 주장이 나오는 건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