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밀양 집단성폭력 사건’ 가해자들 신상 공개 논란 가해자 지목된 3명, 일자리 잃어 사건과 무관 가게에 욕설세례도
● ‘가해자 지목’ 4명 중 3명 일자리 잃어
6일 유튜버 A 씨는 한 30대 남성을 밀양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하는 동영상을 게재했다. 이 동영상에는 해당 남성의 실명과 얼굴뿐 아니라 현재 직장과 직급, 출신 군부대 등이 언급됐다. 이는 A 씨가 1일 밀양 사건 가해자 44명의 신상을 차례대로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뒤 네 번째로 올린 영상이었다.
20년 전 사건에 시민의 공분이 집중된 근본적인 원인은 가해자 대다수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평가 때문이다. 2004년 밀양 지역 남고생 44명이 울산에 사는 여중생 1명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이 사건은 일부 가해자가 범행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면서 수사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극소수만 소년원에 입소했고 대다수는 봉사활동 명령이나 보호관찰 등 처분만 받았다. 미성년자라는 이유였다. 사건 당시는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2013년 폐지되기 전이었다. 성폭행은 피해자가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었기에 피해자의 아버지(사망)와 합의한 10여 명은 재판도 받지 않았다. 여기에 일부 가해자가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반성문을 제출한 점이 재조명되자 여론은 더 험악해졌다.
● “죗값 치러야” vs “사적제재로 2차 피해”
20년 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이 일한 곳으로 알려진 경북 청도군의 한 국밥집이 철거되는 모습. 매일신문 제공
또 A 씨는 ‘피해자 가족과 대화해 가해자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 측을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피해자 측은 오히려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적 제재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이를 초래한 사법 체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일로 정구승 변호사는 “이 사건은 수사기관부터 법조계까지 모두가 지탄받았어야 했지만 제대로 된 제도 개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적 제재를 막으려면 성범죄 관련 처벌을 높이고 수사도 꼼꼼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밀양=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청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