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재건축 사업] 계약전 세부내역 사실상 불가능 갈등원인 단가는 기존 가격 고정 “권고사항이라 사용할 이유 없어”
정부가 공사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표준공사계약서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조건을 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가 처음 도입됐다. 폭등한 공사비로 인한 조합과 시공사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다. 설계를 변경하거나 원자재 가격이 올라 공사비를 인상해야 할 때 그 기준을 계약서를 통해 명확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표준공사계약서는 시공사가 최종 시공 계약 전 공사비 세부 산출내역서를 조합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공사비 총액만 제시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설계를 변경하며 추가되는 품목의 단가는 기존에 투입됐던 단가를 바탕으로 산정하도록 했다. 향후 인상되는 공사비 증액도 예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내용이 모호하거나 한쪽에 불리해 발생한 공사비 분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표준공사계약서가 설계 변경 때 각 품목의 단가는 그대로 두고, 품목의 수량만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가 자체가 상승하는 것이 공사비 증액의 가장 큰 이유인데, 이를 기존 단가로 고정해두면 현장과 괴리가 생기게 된다.
이윤홍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는 “건설사들이 공사비 변동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의무도 아닌 권고 사항인 표준계약서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