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정찰자산, 풍선 ‘부양 원점’ 감시 “北, 몇시간 내 풍선 대량 제작 가능” 3차 살포로 인명-재산 피해 발생 땐… 軍, 확성기 설치 동시 방송재개 방침 北, 기상 악화 땐 해상 도발 가능성도
탈북민단체가 대북전단 20만 장을 북한에 살포한 6일 우리 군 당국은 정찰 자산을 동원해 북한이 ‘오물 풍선’을 살포할 가능성이 큰 ‘부양 원점’을 중심으로 집중 감시에 나섰다. 북한이 앞서 2일 대북전단 살포 시 오물 풍선으로 “100배 대응”에 나서겠다고 위협한 만큼, 군은 수일 내 대규모 오물 풍선 살포나 다른 형태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풍향을 보며 오물 풍선 3차 살포 디데이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군 내부에서는 북풍이 불기 시작하는 9일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번 주말 북한 지역에 비가 예보돼 있는 만큼, 풍향 외 기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등으로 해안포 집중 사격에 나서는 등 다른 방식으로 기습 도발을 해올 가능성도 군은 주시하고 있다.
● 확성기 방송에 “오물 풍선 저급” 포함
일단 북한은 언제든 오물 풍선 테러에 나설 준비는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풍선 수량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동향이 파악됐다”며 “명령만 있으면 수 시간 안에 대량 제작이 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또 “(최근 날린) 오물 풍선보다 더 많이 장기간에 걸쳐 살포하거나 다른 내용물을 매달아 날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두 차례에 걸쳐 “각종 기구 3500여 개를 이용해 휴지쓰레기 15t을 한국 국경 부근과 수도권 지역에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와 군은 북한이 오물 풍선 3차 살포를 감행하면 대북 확성기를 전방에 즉각 설치한다는 대응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오물 풍선 도발 수위에 따라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 등 법적 절차 마무리→확성기 설치→방송 재개’로 이어지는 3단계 대응책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북한이 오물 풍선을 다시 날리면 바로 2단계 확성기 설치 카드를 꺼내 들겠다는 것. 4일 9·19 합의 효력을 정지시킨 만큼 법적으론 언제든 확성기 방송 재개가 가능하다.
정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 3차 살포로 인명 또는 재산 피해가 발생해 여론이 악화하면 ‘확성기 방송 재개’라는 3단계 조치를 2단계 확성기 설치와 동시에 실시할 수도 있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설치 이후 시간을 두고 실제 방송 재개 여부를 결정할지, 설치와 동시에 방송을 할지는 북한 행태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에 담을 콘텐츠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방송에는 오물을 실어 보내는 북한의 비정상적이고 저급한 행태를 북한 주민에게 상세하게 알리는 동시에 이런 테러 행위를 민간이 아닌 김정은 정권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 비중 있게 포함됐다고 한다.
군 당국은 북한이 오물 풍선이 아닌 다른 형태의 도발을 감행하거나 오물 풍선 살포와 다른 도발을 동시에 감행하는 ‘복합 도발’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서해에서 포격 등으로 해상에서의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앞서 1월 9·19 합의에 명시된 서해상 적대행위 중지 구역 내로 사흘에 걸쳐 400발의 포격을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당시 도발로 해상 적대행위 중지 구역은 이번에 9·19 합의 효력 정지가 이뤄지기 전부터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리 정부가 오물 풍선 맞대응 카드로 확성기 방송을 거론한 만큼 확성기 방송 재개에 부담을 느낀 북한이 이미 무력화된 해상에서의 추가 도발로 우리 정부 반응을 떠보려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군 일각에선 북한이 비닐 속에 대남 전단이나 오물을 넣어 강과 바다로 보내는 방식으로 오물 살포 공간을 공중에서 해상으로 바꿀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