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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풍선 vs 대북전단’ 벼랑끝 남북

입력 | 2024-06-07 03:00:00

탈북민단체, 대북전단 20만장 살포
軍, 北오물 반격땐 즉각 확성기 설치
한반도 군사적 긴장 수위 높아져
尹 “北 비열한 도발, 결코 좌시 안해”



K팝-트로트 USB 등 담아 北으로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6일 새벽 대북 전단 20만 장을 경기 포천에서 대형 애드벌룬 10개를 사용해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 여기에는 대북 전단 20만 장을 포함해 K팝, 드라마, 트로트 등 동영상이 저장된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5000개, 1달러짜리 지폐 2000장 등이 담겼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북한이 다시 ‘오물 풍선’ 테러에 나서면 최전방 지역 대북 확성기를 즉각 설치한다는 방침을 우리 군이 세운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군은 오물 풍선 재살포의 피해 규모 등에 따라서는 ‘확성기 설치와 동시에 즉시 방송 재개’까지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새벽 탈북민단체는 대북 전단 20만 장을 실은 풍선 10개를 북한에 살포했다. 북한은 앞서 대남 오물 풍선 세례를 퍼붓다가 돌연 2일 밤 ‘잠정 중단’ 담화를 내고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전단)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백 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군은 대북 전단을 빌미로 북한이 오물 풍선 테러 등 대규모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북한 도발 시나리오에 따른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대응 태세를 집중 점검했다. 정부는 앞서 북한의 오물 풍선 테러에 대응해 4일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시켰다.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북한이 대규모 보복 조치에 나서고, 우리 군의 맞대응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 수위가 벼랑 끝까지 고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이날 “0시∼오전 1시 사이에 김정은의 망언을 규탄하는 대북 전단을 북한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날 군도 이 풍선들을 포착했고 일부가 북한 상공으로 날아간 모습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며 강제 제지에 나서지 않겠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지난 오물 풍선 테러 때 3500개를 날려 보냈다고 밝힌 만큼 군은 조만간 오물 풍선이 집중 살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주시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밝은 나라가 됐지만, 휴전선 이북은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암흑의 땅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오물 풍선 테러를 겨냥해 “서해상 포사격과 미사일 발사에 이어 최근에는 정상적인 나라라면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비열한 방식의 도발까지 감행했다”며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북민단체, 1달러 2000장-나훈아 노래 담은 USB 보내


“예보 보면 오늘은 평양까지 보낼수도”
정부 “살포 자제 공식 요청은 어려워”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6일 경기 포천에서 날려 보낸 대형 애드벌룬에는 대북전단을 비롯해 K팝, 나훈아·임영웅 트로트 등 동영상이 저장된 USB메모리 5000개, 1달러 지폐 2000장 등이 담겨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6일 오전 1시 경기 포천의 한 야산. 대형 비닐 봉투를 매단 풍선 10개가 하늘 위로 떠올랐다. 비닐 봉투에는 “대한민국은 불변의 주적”이라고 주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규탄하는 대북전단 20만 장이 담겼다. 1달러짜리 지폐 2000장과 가수 나훈아와 임영웅의 트로트 음악, 드라마 ‘겨울연가’ 영상이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등도 들어있었다.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앞서 예고한 대로 이날 북한에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이 단체 박상학 대표는 동아일보에 “5일 밤 12시부터 6일 오전 1시 사이 포천에서 대북전단 20만 장을 10개 풍선에 달아 북한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이 사과하지 않는 한 사랑하는 북한 동포들에게 진실의 편지, 자유의 편지인 대북전단을 계속 보낼 것”이라고 했다. 이날 대북전단 살포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도 했다.

다른 탈북민 단체들도 풍향, 풍속 등을 살피며 조만간 북한에 대북전단 등을 보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표는 “당일 상황을 봐야 한다”면서도 “예보를 보면 7일에는 평양이나 강원도 쪽으로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북한의 실상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건 (북한 지역에 불이 꺼진) 야밤의 한반도 위성사진”이라며 대북전단과 한반도의 야간 모습 등이 찍힌 위성사진을 풍선에 매달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장세율 전국탈북민연합회 상임대표도 “대북전단 10만 장과 초코파이, 라디오 방송이 담긴 USB메모리 등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쌀을 담은 페트병을 바다에 띄워 북한으로 보내는 ‘쌀 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는 박정오 사단법인 큰샘 대표 역시 7일 인천 강화 지역에서 북한으로 쌀 500kg이 담긴 페트병을 띄워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일단 정부는 대북전단 등을 살포하는 탈북민 단체들에 대해 “자제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유관 기관 간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상황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전단 등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