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전시장서 해고된 A씨, 지난 6일 입장문 공개
유튜브 ‘나락보관소’에서 밀양사건 가해자로 지목한 A 씨 생활모습. 유튜브 ‘나락보관소’ 캡처
자신이 밀양 성폭행 사건 당시 조사를 받았던 A 씨라고 밝힌 누리꾼은 지난 6일 한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장문의 입장문을 올렸다.
A 씨는 “사건이 재조명돼서 피해자가 2차피해를 받거나 옛날 생각이 날까 죄송하다”며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계속 퍼질 것이 우려돼 이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A 씨는 유튜브 ‘나락보관소’에서 밀양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 중 한 명이다. 유튜버는 그에 대해 외제차 전시장에서 일하며 다수의 외제차를 몰고 골프를 즐기는 등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상이 공개된 이후 그는 직장에서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이같은 폭로 내용과 관련해 “주말에 가끔 골프를 한 건 맞는다”면서도 “(가해자) 44명이 다 친하진 않는다. 몇몇의 사람들과 주로 친하고 매번 다 만나는 사이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일 중요한 강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있는 그대로 증거를 뒷받침할 자료를 올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라며 “글로써 해명이 안 되는 걸 알지만 가족, 주변 사람들이 너무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A 씨는 “피해자 마음이 더 다치지 않았을까, 가족과 지인이 다치지 않았을까 온통 그 생각뿐이다. 지인이 울면서 너무 고통스러워했다. 나 하나 때문에 몇십, 몇백 명이 피해를 받고 있다”며 “무관한 사람들에게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게 내 얘기만 사실대로 이야기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유튜브 ‘나락보관소’에서 밀양사건 가해자로 지목한 A 씨가 소속됐던 기업 측 입장문. 기업 홈페이지 캡처
A 씨는 “피해자들이 힘들겠지만 괜찮다고 한다면 재수사 (받을) 의향이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받을 고통이 더 커질 거라 스스로 재수사 요청한다는 말을 꺼내기 어렵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와 내 가족, 지인들이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잘못만 질타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도록 해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유튜브 나락보관소 측은 지난 1일부터 밀양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A 씨와 관련한 영상은 내려간 상태지만 앞서 신상이 공개된 또 다른 가해자에 대한 영상은 남아있다.
하지만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중 하나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 측은 나락보관소가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에 대해 첫 영상을 게시하기 전까지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전 동의를 질문받은 바도 없다”고 밝혔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