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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예정 3개월 넘긴 ‘의왕스마트시티 퀀텀’… 부실시공 우려에 사용승인 미정

입력 | 2024-06-07 13:10:00


“초평지구 의왕지식산업센터 의왕스마트시티 퀀텀 부실시공을 중단하라.”

지난달 18일 의왕시의회에는 ‘의왕스마트시티 퀀텀 지식산업센터’의 부실시공을 막아달라는 글이 게재됐다. 3년 전 주변 GTX 정차와 일부 호수조망을 앞세워 분양한 의왕스마트시티 퀀텀은 단 기간 완판에 성공하며 주목 받은 지식산업센터다. 하지만 현재는 수분양자들의 분양계약해지 소송까지 휘말리며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우리자산신탁이 시행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의왕스마트시티가 위탁한 의왕스마트시티 퀀텀은 입주 예정일(2024년 2월)을 훌쩍 넘긴 7일 현재까지 사용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이 현장 분양계약 제3조(계약해제 등)에 따르면 ‘갑’의 귀책 사유로 인해 입주가 당초 입주 예정일로부터 3개월을 초과해 지연된 경우 ‘을’은 ‘갑’의 귀책 사유로 인해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의 사유가 발생하면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단, 천재지변 또는 갑의 귀책 사유가 아닌 행정 명령 등의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해 입주가 지연 되는 경우에는 ‘갑’은 ‘을’에게 통보하며 이 경우는 제1호 본문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다.

수분양자들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입주지정일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공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려는 의도로 ‘감리 완료 보고서’ 조차 없이 사용승인 의왕시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수분양자들은 부실시공 우려와 입주예정일 3개월 초과로 분양계약해지 요구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의왕스마트시티 퀀텀은 공사가 진행 중인 지난달 8일 기습적으로 사용승인신청 서류를 의왕시 건축허가팀에 제출했다. 그러나 사용승인신청 시 필수 서류인 감리완료보고서가 빠져 있었다. 감리완료보고서는 감리자가 공사에 대한 감리업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다.

업계 전문가는 “보통 입주예정일보다 3개월 이상 지연을 앞둔 현장에서는 공사가 마무리 안됐더라도 행정 서류를 빠뜨려 관할 시에 미리 사용승인신청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계약해지 귀책사유로 인정되는 부실공사나 미공사가 아닌 행정 서류 보완 등으로 인한 준공 허가 지연으로 보이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승인은 건물의 모든 부분이 완성되고 검증이 완료된 후에 이뤄져야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수분양자들의 분양계약해지 요건이 갖춰진 의왕스마트시티 퀀텀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입주 예정일을 3개월 지난 시점인 지금까지도 밤낮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왕스마트시티 퀀텀 위탁사는 버젓이 ‘2024년 5월말 준공예정’이란 문구를 걸고 홈페이지에서 지식산업센터를 홍보 중이다.


의왕시의회 의회마당에 따르면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해 광주 화정아파트 붕괴 사태에 대한 데자뷰를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건물외벽 유리를 조립하지도 않고 전기공사를 하고, 건축자재는 비가오는 중에도 지하에 보관하지 않고 지상에 방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비가 오는 중에도 건물 유리를 조립하는 등 작업자의 안전을 무시하며 잠재적 부실시공을 강행시키고 있다”며 “한 겨울에도 한 달 새 4~5개 층을 올리는 무리한 공사 강행은 결국 부실시공에 따른 하자로 이어져 수분양자의 재산권과 이용자들의 안전을 심각히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시공사는 의왕시가 제안한 입주자 대표들의 사전 점검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사 일정을 맞추거나 미뤄진 날짜를 당기기 위해 인력과 장비를 집중 투입해 진행하는 돌관공사 관행은 부실시공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돌관공사를 위해선 기본 비용에 여러 수당이 추가 발생한다. 정규 근로 시간외 공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추가 인력을 구해야 하는 만큼 긴급한 인력 수급에 따른 추가 비용까지 투입된다. 장비와 물자 투입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들은 계약해지를 막기 위해 3개월 이상 지연 시키지 않으려 사활을 걸고 있다”며 “하지만 일부 현장은 불가피하게 3개월을 초과해 양쪽 모두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사용승인신청이 접수된 의왕스마트시티 퀀텀의 일부 건물 유리벽 시공이 빠져 있다. 의왕시의회 의회마당 제공.


박민호 의왕시 건축허가팀 주무관은 “의왕스마트시티 퀀텀은 시공사 노조파업과 자재수급 불균형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사가 지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 현장에 제기된 민원을 다각도로 점검해 사용승인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왕스마트시티 퀀텀은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한 수분양자는 “분양사무소에서 일러준 대표 전화 번호는 먹통이 된 지 오래”라며 “준공이 미뤄진 현장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입주 지연에 따른 계약서상에 명시된 분양계약해지 요청이나 피해보상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어도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의왕스마트시티퀀텀 위탁사인 의왕스마트시티는 “품질 확보를 위해 부득이 입주 예정일 변경을 안내 한다”며 “정확한 입주 예정일은 추후 개별 통지하도록 하겠다”고 안내물을 발송하고 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