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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를 일로 만들어 고향 살리는 청년 부부들…그들만의 파트너십 비결은? [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입력 | 2024-06-08 12:00:00

지방 소멸에 맞서는 청년들의 이야기-5회
보은 청년마을 ‘라이더타운회인ㅎo’ 이경수 김한솔 대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충북 보은군 주민들에게 ‘라이더’들은 귀찮은 이방인에 불과했다. 보은과 청주를 연결하는 피반령을 비롯해 말티재, 수리티재, 대청호 둘레길 등에서 자전거나 바이크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동네를 그저 지나가는 익명의 존재들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라이더들이 지역에 머물며 주민들과 친분도 쌓고, 소비도 하도록 해보면 어떨까? 그러면 라이더들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도 바뀌지 않을까?”

충북 보은 청년마을 ‘ 라이더타운회인ㅎo’ 을 이끌고 있는 이경수(왼쪽) 김한솔 공동대표. 보은=신석호 기자.

5년 전 고향인 회인면에 정착한 이경수 씨가 아이디어를 내자 친구 김한솔 씨가 맞장구를 쳤다. 2017년부터 대전에서 이씨와 함께 문화기획자로 함께 교류해온 김 씨는 열아홉 살 때부터 바이크를 타던 라이더였다.

“그래. 라이더들을 위한 축제도 열고 모토캠핑(모터사이클을 타고 와서 캠핑을 즐기는 야외활동)도 열자. 라이더들도 마을을 즐기고, 마을 주민들은 지역특산물도 팔고 ‘불멍’을 위한 장작도 팔면 좋겠다.”

보은군 회인면 일대에 조성된 청년마을 ‘라이더타운회인ㅎo’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이 아이디어를 김씨가 가지고 있던 ‘삶은동네’라는 사업자를 가지고 행정안전부에 제출해 2023년 청년마을 지원사업 에 선정됐다. 라이더들을 위한 카페 ‘라이드&브루’, 자전거와 모터사이클 수리가 가능한 커뮤니티 공간 ‘라이더유치원’을 열었다. 청년들이 2박 3일 동안 지역살이를 하며 마을과 라이더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금토일캠프’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학교 운동장과 마을 광장을 임대해 지난해 10월 제1회 휠러스 페스티벌을 열었고, 올해는 6월 1일과 2일 1박 2일간 두 번째 축제를 열었다. 행사 협력기관도 지난해 4곳에서 올해 10곳으로 늘었다.

김한솔 대표(가운데)가 6월 1일 청년마을 패스티벌 현장을 방문한 행안부 관계자들에게 행사 준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보은=신석호 기자.

페스티벌 첫 날인 1일 현지에서 만난 두 대표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두 번째 해보는 행사라 자신이 있었다. 아이들 자전거대회와 성인 자전거대회에는 전국에서 각각 130팀, 330팀이 참가신청을 했다. 특히 아이들 자전거대회는 부모님을 포함해 할아버지, 할머니도 함께 오는 경우가 있어 대회 관련 인원수만 약 1000여 명에 달했다. 회인중학교 운동장에는 일찍 도착한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이 텐트를 치고 바이크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모토캠핑 커뮤니티 ‘개미귀신’의 김동욱 대표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와서 합법적으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기회인만큼 50팀 이상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관심이 많았다. 두 대표와 함께 회인면 중앙리 거리를 오가는 동안 주민들이 “행사 잘 준비했냐” “오늘은 뭐를 하냐”며 관심을 나타냈다. 지역 부녀회, 청년회 등은 행사장 주변에 직접 식음료 부스를 열고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었다.

회인은 조선시대에 회인현이었을만큼 큰 동네. 지금도 현감이 묵던 숙소인 동헌내아와 객사 등이 남아있다. 하지만 지방 인구 감소로 한때 1만 명이 넘던 주민이 지금의 1700여명으로 줄어들며 겨우 바닥을 친 상황이다. 사직단과 향교에다 풍림정사에 천주교 공소, 일제강점기 천재시인이라 불리던 오장환시인의 기념관 등 다양한 역사와 문화 공간들이 남아있었다. 골목골목을 돌며 마을 역사를 소개하던 이 대표가 곳곳에 세워진 점판암 돌담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경수 대표가 회인면 골목길의 점판암 담장을 자랑하고 있다. 보은=신석호 기자.

“어릴 때부터 왠지 저 돌담을 보면 마음이 편해졌어요. 아내도 이곳을 방문했다가 돌담에 푹 빠져서 ‘여기 와서 살자’고 결심을 하게 됐죠.” 그리고 지금 그는 아내와 함께 두 아이를 키우며 고향을 살리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바로 인근에 회인IC가 있고 2028년에 피반령 터널이 뚫려 청주와 이어지게 되면 교통 환경이 개선된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 문화적 유산들이 시너지를 내면 ‘아웃도어타운 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자유롭게 이동하며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아 모터사이클을 탔던 김 대표는 지난해 로얄 엔필드 사가 만든 ‘클래식350’을 사서 회인면 거리를 누비고 있다. “취미가 일이 되어 좋습니다. 아내가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을 반대했는데, 청년마을 사업을 하면서 다시 타는 것을 동의했어요. 이제는 일로서, 취향으로서 존중받고 있습니다.”

김한솔 대표가 자신의 바이크를 자랑하고 있다. 보은=신석호 기자.

남편이 파트너인 아내와 함께 고향에 정착하고 이들이 또 친구와 친구의 아내를 불러들여 파트너가 되었다. 두 부부를 제외한 동료 네 명 중 두 명은 보은 주민이고, 다른 둘 역시 조만간 주민이 될 예정이다. 행안부는 회인을 공유주거 시범단지로도 지정해 청년들이 머물 숙소 건축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숙소가 늘어나면 축제를 보러 온 청년 및 라이더들이 한 달 살이를 넘어 아예 이곳에서 창업도 하는 선순환의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는 것이 두 대표의 기대다. 취미를 일로 만든 행복한 사람 김 대표는 또 다른 청년 파트너들을 불러들일 행복한 꿈에 부풀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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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