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의 대전환/해롤드 제임스 지음·정윤미 옮김·류덕현 감수/568쪽·2만9800원·21세기북스

184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식량·금융 위기에서부터 코로나19 사태로 확산된 경제 위기까지 180년 동안 벌어진 총 7차례의 경제 대전환점을 짚었다. 경제사학자인 저자는 각 전환점에서 경제학자들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했고, 정치인들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되짚어본다.
7번의 경제 대전환점을 이해하려면 경제 위기를 ‘좋은 위기’와 ‘나쁜 위기’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위기의 실체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과 상품이 국경을 초월하는, 즉 세계화를 촉진하는 위기는 좋은 위기이고 반대로 각국의 파편화를 초래하는 위기는 나쁜 위기라고 ‘정의’한다.
1970년대 석유 파동은 세계 경제를 뒤흔든 큰 위기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위기’가 됐다며 그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한다. 산유국이 축적한 막대한 흑자가 대형 국제 은행의 자금으로 흘러 들어갔고, 이를 통해 결국 국제자본 시장이 전례 없이 발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연비가 좋은 엔진을 개발한 일본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는 등 국가 간 기술 경쟁이 불붙기도 했고, 해상운송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기 위해 컨테이너선이 본격적으로 등장해 이후 세계 무역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고 분석한다. 물론 반대인 경우도 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는 정부와 세계화에 대한 불신을 키웠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나쁜 위기’가 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