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오전 서울역 대기실 TV 화면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정 브리핑이 생중계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 브리핑에서 동해에 상당량의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을 직접 발표했다. 뉴스1
‘천공’ 유튜브 화면 캡처.
개혁신당이 이날 오후 3시 39분 가장 먼저 논평을 냈습니다. 정국진 부대변인은 “성공률은 20% 정도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설령 성공하더라도 2035년이 돼서야 생산이 가능하다 한다”며 “이제 갓 시추 계획을 승인했을 뿐인 일에 대통령이 직접 호들갑을 떨며 직접 브리핑을 할 일인가 싶다”고 했습니다.
이어 조국혁신당이 오후 4시 “바닥 수준인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로 보였냐”는 논평을 냈습니다.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약 50년 전 박정희 정부 당시 유사한 소동이 있었다”며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지시해 1976년 1월 15일 경향신문을 찾아오라 하라. 당시 관련 기사의 큰 제목은 ‘석유가 나왔다’이고, 작은 제목은 ‘박 대통령 연두회견이 던진 충격파’였다”고도 했습니다. 이날 하루 종일 ‘천공 짤’과 함께 온라인을 달군 기사였죠.
조국혁신당이 언급한 1976년 1월 15일자 경향신문 기사
6월 4일 한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액트지오 본사라고 올린 사진. 클리앙 캡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 텍사스 휴스턴의 액트지오 본사 전경(오른쪽) 사진을 들어 보이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호주 최대 석유 개발 회사 우드사이드(자료 속 왼쪽 사진)가 한국 영일만 일대 심해 탐사 사업이 더는 가망성이 없다고 지난해 1월 철수했다고 한다”며 “어느 회사의 판단이 맞겠나”고 따져 물었다. 뉴시스
이틀 만에 ‘천공’의 이름도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천공의 강의 내용이 유튜브에 떴는데 ‘석유가 있다’, ‘엄청난 매장량이 있다’ 이런 내용들이 나온다. 그러니 ‘천공과 연계된 것이 아니냐’, ‘대통령실과 뭔가 천공이 정보를 받았든가 아니면 천공의 이런 얘기를 믿고 했든가’, 이런 의혹을 당연히 국민들은 갖게 되는 것이죠”(5일 BBS 라디오)라고 했습니다. 같은 날 조국 대표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워낙 황당하게 국정을 운영하니 국민 신뢰가 바닥을 친다. (그러니) 대통령이 중요 발표를 할 때마다 네티즌들이 천공이란 해괴한 자가 비슷한 말을 했는지 찾아보는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죠.
이 대표의 가세에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어느덧 “불기둥처럼 치솟아 오른 주가조작 (가능성)과 관련해서 과연 이 발표로 이득을 보는 자가 누구인지 추적할 것”이라며 주가 조작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입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내정된 민주당 의원들은 단체로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 해소를 위한 상임위를 열어야 한다”고 했고요. 22대 국회가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 전부터 ‘영일만 의혹’이 쟁점으로 떠오른 겁니다.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 대표가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YTN 유튜브 화면 캡처
논어에서 공자는 정치의 본령을 묻는 제자 자공에게 ‘풍족한 식량’과 ‘충분한 군대’, ‘백성의 믿음’을 3가지 필수 요소로 꼽았습니다. 이 중 굳이 버려야 한다면 그 순서를 묻는 질문엔 첫째로 군대, 그 다음으로 식량을 버리라 했죠. 군과 음식 없이는 어떻게 버텨도, 백성의 신뢰 없이는 정치가 절대 불가능하며,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 결과 5월 마지막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21%(5월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로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영일만에서 드러난 신뢰의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한 번 더 출렁일 듯 합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