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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새 회장 만난 최태원 “AI시대 함께 열자”, 젠슨 황도 “지지”

입력 | 2024-06-08 01:40:00

끈끈해지는 엔비디아 중심 AI칩 연합
崔, 웨이저자 취임 이틀만에 찾아가
젠슨 황도 선물 주며 “납품가 올려야”
SK-엔비디아-TSMC 협력 가속 전망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 TSMC의 3대 회장인 웨이저자(魏哲家·C C 웨이) 체제가 공식 출범하자마자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칩 연합’이 결속력 다지기에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만에서 웨이 회장과 만나 AI 협업을 다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대만의 지정학적 문제에 우려하지 않는다”며 웨이 회장에게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뉴 TSMC 시대’에 맞춰 부문별 1위 업체로 구성된 엔비디아 연합이 자신들의 독주 체제를 굳히기 위한 협력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내는 것이다.

● 최태원 “AI 시대 함께 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웨이저자 TSMC 회장이 6일(현지 시간) 대만 신주 TSMC 본사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 회장은 6일(현지 시간) TSMC 본사가 있는 대만 신주를 찾아 웨이 회장과 AI 및 반도체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웨이 회장 취임 이틀 만이다. TSMC는 4일 주주총회를 열어 웨이 CEO를 신임 회장(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TSMC의 창업자인 장중머우(張忠謀·모리스 창) 회장, 2대 류더인(劉德音·마크 류) 회장에 이은 3대 회장이다.

최 회장은 웨이 회장을 만나 “인류에게 도움 되는 AI 시대 초석을 함께 열어가자”고 말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TSMC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함께했다. 앞서 4월 SK하이닉스는 TSMC와 6세대 HBM(HBM4) 개발 관련 기술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하이닉스는 HBM4 제조에 TSMC의 미세공정을 적용해 내년부터 양산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 이후 첫 해외 출장에 나선 최 회장은 대만에서 TSMC 외에도 정보기술(IT) 및 AI 업계 주요 인사들과 회동하며 글로벌 사업 구상을 이어가고 있다.

황 CEO도 웨이 회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대만 매체 궁상(工商)시보에 따르면 황 CEO는 5일 웨이 회장에게 취임 선물을 전달하며 ‘TSMC 주가가 저평가받고 있다’는 웨이 회장의 주장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매체는 황 CEO가 “대만은 강력한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고, TSMC는 많은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TSMC의 납품 가격 인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 수율 98% 고집하는 웨이 회장

웨이 회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30년 가까이 TSMC에 몸담은 반도체 전문가다. 전자·전기 공학 박사 출신으로 1998년 TSMC에 개발자로 입사했다. 2013년 류더인 CEO와 공동 대표를 맡다 2018년 장중머우 창업자가 경영에서 물러나며 당시 웨이 CEO가 TSMC의 단독 대표를 맡았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웨이 회장은 경쟁사의 수율(정상품 비율)이 50%인 상황에서도 ‘TSMC는 98%여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기로 유명하다. TSMC를 파운드리 1위로 성장시키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블룸버그는 그를 ‘올해의 인물’ 50인에 선정하며 애플뿐 아니라 AMD, 테슬라 등 다양한 고객사를 유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평소 ‘예’, ‘아니요’로 확실하게 답하는 화법을 선호하며 과감하고 솔직한 성격으로도 알려져 있다.

AI 산업이 완전히 개화하며 엔비디아, TSMC, SK하이닉스 등 3사의 AI 가속기 협력은 더 끈끈해질 것으로 보인다. AI 가속기는 AI 학습 및 개발에 최적화한 종합 반도체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 등을 조합해 만든다. TSMC가 엔비디아의 설계를 받아 최종 조립한다. 최근 황 CEO가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IT 박람회 ‘컴퓨텍스 2024’에서 2026년 AI 가속기 신제품 ‘루빈’을 내놓겠다고 밝힌 가운데 가속기 성능이 강화되며 탑재되는 HBM4의 숫자도 늘어나는 만큼 SK하이닉스의 사업 기회가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