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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 7곳 자원 매장 조건 갖춰… 탄화수소 못찾은건 리스크”

입력 | 2024-06-08 01:40:00

[‘영일만 유전’ 논란] Q&A로 본 아브레우 회견
과거 3차례 시추 실패했는데
뭐가 들어 있는지는 모르는 상태… 시추해봐야 매장량-상업성 등 알아
탐사 성공 가능성은
영일만 20%, 가이아나 16%보다 높아… 반대로 실패확률 80%라는 뜻이기도
‘1인 기업’ 논란 있는데
액트지오 주소지, 개인 주택 맞아… 팀원들, 세계 각지 흩어져 근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미국 액트지오사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동해 영일만 인근의 석유ㆍ가스 개발 사업 성공률을 20%로 제시하면서 이를 "매우 높은 수치"라고 평가했다. 세종=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미국 액트지오의 소유주이자 고문인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일만 일대 유망구조(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는 자원 매장을 위해 필요한 4가지 지질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일만 일대의 자원 발견 가능성은 20%”라며 “이는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기존 동해 유망구조에서 탄화수소를 찾아내지 못한 점은 리스크” “성공 확률이 20%라는 것은 실패 확률이 80%라는 뜻”이라며 이번 프로젝트의 한계점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 결국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시추 작업이 시작돼야 석유·가스의 부존 여부와 상업화 가능성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브레우 박사의 설명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주요 의문점을 풀어본다.

①석유·가스 존재 여부 및 경제성

―액트지오가 영일만이 유망하다고 본 근거는.


아브레우 박사=“지질학적으로 필요한 4가지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석유나 가스가 매장돼 있으려면 우선 석유·가스가 발생되는 ‘근원암’이 있어야 한다. 또 자원을 품고 있는 ‘저류암’, 이를 위에서 덮는 ‘덮개암’이 있어야 하고, 이들이 ‘트랩’ 구조를 이뤄 액체 상태인 자원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두고 있어야 한다. 영일만 일대 유망구조 7곳은 이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탐사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아브레우 박사=“20%다. 아주 양호하고 높은 수준의 가능성이다. 5개 유망구조를 시추해본다면 1곳에선 석유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우리는 7개 유망구조를 찾았고 추가로 더 찾을 가능성도 있다. 내가 엑손모빌에 재직할 당시 시추에 참여한 가이아나의 리자 유전도 성공 가능성을 16%로 봤다.”

―최소 얼마 정도의 자원이 나와야 상업성이 있나.

곽원준 석유공사 수석위원=
“천연가스가 1조 입방피트(1TCF) 이상 매장돼 있다면 상업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1TCF는 배럴로 환산하면 1억7000만 배럴 정도다.” 아브레우 박사가 영일만 일대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고 평가한 것을 감안하면, 1억7000만 배럴은 최대량의 1.2% 수준이다.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며 “천연가스는 석유에 비해 시추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국내엔 이미 천연가스를 수송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대부분 깔려 있어 수송 비용도 적게 드는 만큼 적은 양만 확보돼도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②탐사 리스크

―영일만은 과거에 3차례 시추가 모두 실패했다.

아브레우 박사=“석유공사는 주작(2012년 시추), 홍게(2015년), 방어(2021년) 시추공에서 탐사를 진행했지만, 홍게 시추공에서 소량의 가스가 발견됐을 뿐 유의미한 양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 3개 시추공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실패 요인을 이해할 수 있었고 여기서 찾은 단서들을 바탕으로 7개 유망구조를 새롭게 도출했다.”

―이번에는 석유·가스 존재를 장담할 수 있나.

아브레우 박사=
“(영일만 일대에서) 경제성 있는 탄화수소(석유·가스의 주성분)가 누적돼 있다는 사실을 아직 찾지 못한 게 리스크다. 현재 상황에서는 해소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다. 이걸 줄이는 방법은 시추를 하는 것 뿐이다.”

과거 시추공 3곳에서 유의미한 양의 탄화수소가 발견되지 않은 점은 불안 요소다. 새롭게 도출된 인근의 7개 유망구조에도 탄화수소가 없거나 적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석유·가스를 담기에 적당한 그릇이 있다는 걸 확인한 단계이지, 석유·가스가 이동해서 그 안에 들어와 있는지는 확인이 안 된 상태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석유개발사도 “가망성 없다”며 철수했다.

곽 수석위원=
“우드사이드는 대규모 3차원(3D) 탐사까지 해놓고도 충분한 평가를 하지 못하고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하지만 그 배경을 보면 (호주 자원개발 기업) BHP사와 이미 합병 논의가 지속되고 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동해안이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 조정과 회사 인수합병 등 내부적인 이유로 서둘러 철수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따라 유망성 평가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석유 탐사는 워낙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동일한 자료를 놓고도 기업과 전문가마다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큰 영역”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드사이드가 영일만 지역이 아주 유망하다고 판단했다면 사업 재편 와중에도 탐사를 중도 포기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③남은 논란과 의문점

―왜 액트지오 한 곳에만 분석을 맡겼나.

곽 수석위원=
“여러 업체에 맡기지 않은 이유는 기밀 유지 때문이다. 석유업계에서는 평가를 복수의 업체에 의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통 석유회사의 기술 인력들만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석유공사는 동해 심해지역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4개 업체의 경쟁입찰을 진행한 다음 액트지오를 선정했다.”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해저 지질구조와 자원 존재 가능성 등은 국가 기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다수 업체에 공유하기 힘든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수의 글로벌 업체를 놔두고 소규모 업체 한 곳에만 분석을 의뢰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미국 법인공시사이트 기록에 따르면 액트지오사는 2019∼2023년 세금 체납으로 행정 처분을 받은 적이 있어 이 역시 논란거리다.

―액트지오에 대해 1인 기업 논란까지 제기됐다.

아브레우 박사=
“액트지오의 주소지는 내 자택이 맞다. 액트지오는 컨설팅 업체다. 우리가 업무를 볼 때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카메라밖에 없다. 우리 팀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서 업무를 보고 있다.”

아브레우 박사는 이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한국에서 동해 가스전 관련 과도한 논란이 프로젝트 추진에 지장을 줄 것이 우려된다. 이제 시추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고 산업부는 밝혔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