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입장 충분히 반영땐 반대 안 한다는 뜻” 日 “韓정부와 성실하고 정중히 논의할 것”
정부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을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찬성할지에 대해 “향후 일본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7일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성실하고 부단하게 정중히 논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유네스코의 전문가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보류(refer)’를 권고한 상황에서 한일 간 물밑 외교전이 예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 입장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판단하면 정부는 컨센서스(전원 동의) 형성을 막지는 않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이 강제동원을 포함한 사도광산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조치를 성실히 취한다면 한국이 강력하게 등재를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는 올 7월 21일부터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WHC)에서 결정된다. 한국도 위원국이다. 21개 위원국 중 기권국을 제외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표결로 등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실제론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게 관례다. 이에 한국과 일본이 합의된 문안을 가져오면 다른 위원국들이 결의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외교부 당국자가 “우리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끝까지 컨센서스를 막고 투표로 갈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일본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코모스의 권고 배경에는 일본이 2015년 ‘군함도’로 알려진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 하시마(端島) 탄광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유네스코와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 유네스코 등재 당시 ‘본인의 의사에 반(反)하는 한국인 강제노역’을 인정하며 희생자를 기리는 내용을 전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수년간 이행하지 않았다. 2020년 개관한 전시관에선 ‘가혹한 강제노역’을 부정하는 증언만을 부각시켰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코모스의 권고에 대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 등재를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등재를 위한 몇 가지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등재 권고를 기대했는데, 왜 되지 않은 건지 궁금하다”는 지역민들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