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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하나로 무너진 소속사…아티스트들 향방은?

입력 | 2024-06-08 07:21:00

김호중 음주 뺑소니 혐의로 폐업 수순
홍지윤·영기·정다경 등 계약 만료 발표
강제 FA 行 "갑작스러운 상황에 막막"
공식입장 없는 아티스트들 팬덤 초조
"모든 소속 아티스트 계약 종료 가닥"



ⓒ뉴시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은 꼴이다. 가수 김호중(33)이 음주 뺑소니 혐의로 송치되자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가 단번에 무너졌다. 사실상 소속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김호중을 비호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잘못이 없는 소속 아티스트들까지 단체로 갈 길이 없어지는 상황으로 번졌다.

생각엔터는 지난달 27일 “이번 사건 관련 임직원 전원 퇴사 및 대표이사직 변경을 결정했다. 당사는 향후 매니지먼트 사업의 지속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호중이 음주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지 18일 만에 사실상 폐업을 언급했다.

생각엔터 이광득 대표가 운전자 바꿔치기를 지시하고, 소속사 본부장인 전모씨가 블랙박스 메모리칩 등 증거를 인멸하는 등 조직적 은폐 시도가 드러나면서 이뤄진 수순이다.

아울러 생각엔터 재무제표에 따르면, 2022년 약 94억원이던 현금성 자산은 2023년 약 16억원으로 급락했다. 또 지난해 선수금만 약 125억원에 달하고, 부채 총계는 173억원이다. 김호중이 모델로 있는 마사지기, 그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이어폰 등 업체에 대한 광고 위약금도 1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생각엔터가 사건 이후 공연을 강행하거나, 김호중의 구속 이후 폐업을 결정한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소속 아티스트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지난 2일 가수 홍지윤을 시작으로 소속 아티스트들은 연이어 생각엔터를 떠나고 있다. 가수 영기, 정다경, 강예슬, 금잔디와 배우 손호준은 전속계약 종료를 공식화했다. 배우 김광규, 김승현, 가수 안예인, 개그맨 김원효, 스포테이너 이동국, 봉중근 등은 생각엔터 소속 프로필에서 사라졌다.

생각엔터는 “어떠한 조건도 없이 전속계약을 종료할 생각”이라며 은연중에 배려 차원이라는 것을 강조했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새 소속사를 물색해야 하는 아티스트들에게는 날벼락이다. 강예슬은 “최근 소속사 이슈로 고민의 시간을 가져왔다. 그리고 충분한 의논 끝에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며 “갑작스러운 상황에 한편으로 막막하기도 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전속계약 종료 소식이 들리지 않은 아티스트들에 대한 팬들의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가수 안성훈의 팬들은 지난 3~4일 성명문을 내고 생각엔터에 계약 종료 요구를 했다. “생각엔터의 상황으로는 아티스트 보호 및 관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확실한 계약 종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생각엔터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생각엔터가 매니지먼트 사업을 접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티스트들과는 협의 후 순차적으로 전속계약을 종료하고 있기 때문에 입장을 발표하는 순서도 다를 수 있다. 모든 아티스트들과 계약을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했다. 안성훈의 경우 지난해 TV조선 ‘미스터트롯2’ 우승을 하면서 냠냠엔터테인먼트와 매니지먼트 위탁 계약이 돼있다. 공식 발표 조율만 남아있다는 전언이다.

아이돌 그룹 ‘티에이엔(TAN)’는 여파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관계자는 “큰 변동이 없는 한 티에이엔은 당초부터 외부에서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어 활동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들은 오는 9일 첫 번째 팬 콘서트 ‘월드’도 앞두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호중의 팬덤도 생각엔터와 김호중의 결별을 원하고 있다. 공식 팬카페는 지난달 공지글에 “김호중 가수님과 소속사인 생각엔터의 계약 종료가 공식적으로 발표될 경우, 생각엔터는 김호중 공식 팬카페 ‘트바로티’에서 즉각 탈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적었다. 김호중에게 한시적 방송 출연 정지를 내린 KBS에 “김호중의 천재적인 재능을 아깝게 여겨 사회의 관용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청원글을 올리며 무한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김호중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적용해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함께 송치된 생각엔터 이 대표에게는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본부장 전씨에게는 범인도피교사, 증거인멸, 도로교통법(음주운전), 방조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김호중 대신 운전했다며 대리 자수를 한 매니저 장모씨는 그간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아 오다가 도로교통법(음주운전), 범인도피 혐의로 이들과 함께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