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유전이라 매장량 충분한지가 관건… 내년 상반기 나올 시추 결과 중요
“원유 시추 성공 가능성이 20%라는 말은 ‘100번 시도하면 20번은 성공한다’는 뜻이 아니다. 원유가 생성되려면 우선 ‘근원암’이 있어야 한다. 원유를 포집할 수 있는 ‘구조’가 발견돼야 하고, 원유를 가둬놓는 ‘덮개암’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층 품질’도 좋아야 한다. 즉 근원암, 구조, 덮개암, 지층 품질 등 4가지 요소를 확률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보통 각 요소가 문제없을 확률이 70%다. 따라서 4가지 요소가 모두 문제없을 확률은 25% 수준이다. 이 때문에 원유 시추 성공 가능성을 평가해보면 대부분 20~35% 수준의 확률이 나온다.”
[뉴스1]
韓, 석유 4년·가스 29년 사용량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6월 5일 포항 영일만 일대 원유·가스 매장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최 교수는 “원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정확한 성공 확률을 알 수 없으나, 정부 발표를 따를 경우 일반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유·가스전 탐사 시추에 대해 “성공 확률이 20%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영일만에 원유·가스가 1 대 3 비율로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원유보다 가스 매장량이 훨씬 많은 가스전 형태다. 원유·가스 매장량이 140억 배럴로 확인될 경우 한국에서 원유는 4년, 가스는 29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경제적 가치를 단순 추산하더라도 2000조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규모다. 이는 1990년대 후반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수준이다.
다만 매장량이 최대 추정치인 140억 배럴로 확인되더라도 이를 온전히 활용할 수는 없다. 심해 유전인 만큼 원유와 가스를 회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원유의 경우 심해에서 30% 수준의 회수율을, 천연가스는 이보다 높은 75~80% 회수율을 보인다”고 말했다.
석유 탐사 및 개발은 일반적으로 △물리탐사 △탐사 시추 △경제성 평가 △원유 생산 등 4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현재 정부 당국은 물리탐사를 마쳐 첫 단추를 꿴 상태다. 전문가들은 신중히 추가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이제 막 1단계가 끝나고 2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인 만큼 탐사 시추 결과가 나와야 구체적인 수치를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9회 시추 시도한다
경제성 여부가 최대 변수다. 산업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시추는 5~9회 시도할 계획이다. 수면에서 1㎞ 이상 들어간 심해에서 시추 작업이 이뤄지는 탓에 탐사 시추공을 꽂을 때마다 1000억 원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원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일만 일대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탐사는 신중히 이뤄질 전망이다. 이르면 11월부터 탐사 시추가 시작되며, 탐사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유전이 발견되고 개발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2035년부터 원유·가스를 생산할 수 있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원유·가스가 발견되더라도 매장량이 기대에 미치는지 살펴봐야 한다. 임 교수는 “심해 유전이라 매장량이 충분한지가 관건”이라며 “원유와 가스가 있을 만한 유망 구조를 발견한 상황인 만큼 추후 진행되는 탐사 시추 작업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심해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탓에 안전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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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43호에 실렸습니다〉
최진렬 주간동아 기자 displ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