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투쟁 선포를 하고 있다. 2024.6.9/뉴스1
임현택 의협 회장은 9일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18일 전면 휴진을 선언하며 “전국 14만 의사 회원과 의대생, 학부모까지 참여하는 총궐기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일부 의료계 인사들과 의사단체가 국민 생명을 담보로 불법 집단행동을 거론하고 있다”며 휴진 철회를 촉구했다.
● 의협 “70% 이상 참여 의지 굳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6.9/뉴스1
내년도 입시요강 확정으로 의대 증원이 일단락됐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강경 투쟁에 나서는 것은 2026년 의대 정원 논의 등 향후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일종의 ‘세 과시’로 풀이된다. 내년도 의대 증원을 되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지만, 의료계의 단합된 움직임을 보여줘 의료개혁특위 등 의사들이 참여하는 정부 협의체에서 의료계 목소리를 더 반영하도록 힘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복귀 움직임이 미미한 가운데 ‘선배 의사로서 대정부 투쟁에서 할 만큼 했다’는 명분을 쌓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국립대병원 교수는 “집단행동의 효과를 높이려면 5월 증원 결정이 마무리되기 전에 움직였어야 한다. 의협의 갑작스런 집단 휴진 투쟁은 전략적인 결정이라기보단 정부를 향한 불만 토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6월 전면 휴진이 (정부에) 큰 위협 요소는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교수들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돼야”
의협은 상당수 의사가 휴진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하지만 이미 의대 증원이 확정된 데다, 파업 참여로 개원의들이 얻는 실익이 뚜렷하지 않아 참여가 저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14년 원격의료 도입에 반발해 진행된 휴진에서 개원의 휴진 참여율(복지부 추산)은 약 21%,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당시엔 10% 미만에 그쳤다.
의대 교수들은 특히 정부가 전공의에게 내린 행정명령을 ‘취소’하지 않고 ‘철회’한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명령이 취소되지 않으면 전공의 행정처분에 대한 가능성이 살아 있어, 언제든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정부 “침묵하는 다수, 불법행동에 동의 안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 국무총리,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2024.6.9/뉴스1
환자들은 국민을 볼모로 한 의사 집단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정부에 항의하는 취지라면 진료 시간이 아닌 야간이나 주말에도 할 수 있다. 의대 증원이 확정된 상태에서 이런 집단행동을 이해할 국민이나 환자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의료계 총파업을 비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