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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프리카 함께 만드는 미래…정부-기업-시민사회 연대와 협력[콜렉티브 임팩트 ①]

입력 | 2024-06-10 14:00:00



환경·교육·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가 등장했습니다. 정부나 기업, 시민 등 다양한 영역의 주체들이 힘을 모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의 과제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활동입니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는 여러 기업과 협업해 글로벌 사회공헌을 진행합니다.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내기 위한 이들의 노력을 소개합니다.

모잠비크 내 핸드 펌프 보수 과정에 참여하는 지역 주민들. 굿네이버스 제공

아프리카 모잠비크 가자 주(Gaza Province)에 살던 어린이 쿠조(가명)는 설사병으로 다섯 살이 되기 전 사망했다.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고 야외 용변을 봐야 하는 가혹한 환경 속에서 어린 쿠조는 시들어 갔다. 며칠째 설사를 하며 앓던 아이는 결국 야윈 엄마의 품을 떠나 하늘나라로 가 버렸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은행(WB) 등이 공동 발표한 ‘아동 사망률 보고서’에 따르면 모잠비크의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Under-five mortality rate)은 1000명당 71명(2016년 기준)이다.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설사병이 꼽혔다.

가자 주는 지원이 미비해 상황이 심각했다. 예산이 부족해 자체적으로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이에 글로벌 NGO 단체인 굿네이버스는 공적개발원조(ODA) 및 국제질병퇴치기금을 통한 지원에 나섰다. 현지 정부도 설득해 사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했다. 2019년 4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가자 주 지역기반 식수 위생환경 개선을 통한 수인성 질환 관리 사업’을 실시했다.

굿네이버스는 태양광 급수시설을 설치하고, 기존 핸드 펌프를 보수했다. 29개 학교 및 9개 보건소에 화장실도 설치했다. 대상 마을 선정부터 건축 과정, 모니터링 등 사업 과정 전반을 정부 공무원과 함께했다. 공무원 역량 강화 워크숍도 개최해 사업 종료 후에도 식수위원회와 시설물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교육했다.

이를 통해 20개 마을에서 야외 배변 습관이 사라졌다. 2만4914명의 지역 주민이 직간접 수혜자가 됐다. 궁극적인 목표인 사업 지역의 5세 미만 아동 설사 발병률을 4% 이상 감소시켰다.

이처럼 정부와 NGO 단체, 시민 등 다양한 영역의 주체들이 힘을 모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과제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활동을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라고 한다.

특히 기후위기 같이 복잡한 글로벌 문제의 경우 하나의 단체가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해결하기 어렵다. 범지구적 문제에 여러 분야의 전문 지식을 토대로 한 협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다양한 주체와 연대해야 문제 해결에 더 심도 있게 접근할 수 있다.

굿네이버스는 아프리카가 당면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자 파트너 기업 및 다자간 협력을 통해 콜렉티브 임팩트 사례를 만들어간다. 환경, 교육, 보건, 지역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수행 중이다.

기후변화 대응력 강화를 통해 탄자니아 커피 생산자 조합에 희망을

탄자니아 커피연구소의 기후변화 대응 커피 묘목 양묘장. 굿네이버스 제공

탄자니아 남서부 산악지역에 있는 송웨(Songwe) 지역의 음보지 주(Mbozi Distrcit)는 아라비카(Arabica) 커피 재배에 적합한 기후였지만, 최근 급격한 강우량 변동과 기온상승, 가뭄 등으로 기후변화가 심화하고 있다. 특히 기온상승에 따라 커피 잎 녹병과 커피 열매병 등 병충해가 증가했다. 천수농업과 관행농법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소농가의 경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취약해 생산량이 2018년 기준 1만2752톤에서 2021년 1만441톤으로 약 20% 감소했다. 커피 재배 농가들은 커피 생산성 및 소득 감소의 어려움을 겪는다.

굿네이버스는 2022년부터 탄자니아 송웨 지역 정부 및 음보지 주 정부와의 협력하에 탄자니아 커피연구소에서 연구·개발한 기후변화 대응 신품종 커피 묘목 15만 개를 육묘 후 지역 커피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배분했다.

굿네이버스는 탄자니아 정부 정책인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 국가 기후변화 대응 전략, 커피 위원회 중장기 전략에 맞춰 정부와 사업 지원을 논의했다. 올해부터는 지역 정부와 협력을 강화해 커피 재배 농가 대상 기후변화 대응 농법 교육을 진행한다. 또 음보지 주 커피생산자조합에 100에이커(약 40만4700㎡) 이상의 커피농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규모 관개시설을 구축하고 안정적인 농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지속 가능한 사업 효과를 위해 탄자니아 커피 연구소와 농촌 지역에 기후변화 대응 커피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커피 농법을 연구한다. 현지 기업인 리마 커피(Lima Coffee) 등 커피 조합의 주요 거래처 및 잠재 바이어의 자문을 받아, 소농가 시장 참여 증진을 위한 마케팅 교육 훈련도 실시한다. 이 같은 사업을 통해 2026년까지 탄자니아 커피 농가의 평균소득이 13% 이상 증가하도록 기여할 계획이다.

파트너 기업 기아와 함께하는 카메룬 ‘그린라이트’

굿네이버스 카메룬 아퀘만 지역 사업 참여 농민들. 굿네이버스 제공

카메룬 가구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40%의 주민들이 빈곤선 이하 수준이며 이 중 75%가 농촌에 거주한다. 농민들은 자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 열악한 농업환경과 기후변화, 정부의 제한적인 재원으로 농업 분야 국내총생산(GDP)이 약 23%에 그친다. 농촌 지역사회의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굿네이버스는 주민들의 경제력 자립성을 강화하고자 올해부터 2026년까지 기아의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인 ‘그린라이트 프로젝트’(Green Light Project·GLP)를 카메룬 아퀘만(Akoeman) 지역에서 진행한다. 지역의 소규모 농가들이 생산·저장·판매 등 가치사슬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협동조합의 수확 농작물 가치사슬을 강화하기 위해 저장 시설인 ‘GLP 센터’를 건축하기로 했다. 또 센터에서 시장까지 상품 운반이 용이하도록 트럭 및 삼륜차 등 운송 모빌리티도 지원한다. 아퀘만 지역의 기후변화대응 역량과 협동조합 오너십 강화, 협동조합 판매량 증가를 위해 농업 비즈니스 교육 등도 이뤄진다. 카메룬 농업농촌개발부 농촌 기술 전문가와 협업해 협동조합 조직 운영을 견고히 할 예정이다.

탄자니아 잔지바르 중등교육의 눈부신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 ‘미디어 콘텐츠 교육’

라디오 교육방송(Happy Radio Class)을 들으며 공부하는 탄자니아 잔지바르 지역 학생들. 굿네이버스 제공

탄자니아 잔지바르는 굿네이버스의 ‘교육 분야 특화 프로젝트 사업’ 지역이다. ODA 및 기업 후원사업 등 다양한 교육 사업을 추진하며 잔지바르 교육부와 유기적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

굿네이버스는 2017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SBS, 대한건축사협회와 함께 잔지바르 지역 학생들의 지속 가능한 교육권 실현을 목표로 ‘콰라라 중등학교’ ‘콰라라 미디어교육센터’(KMEC)를 건립했다.

SBS는 미디어교육센터에 방송장비를 기부하는 한편 전문 인력을 파견해 현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미디어교육센터 운영에 필요한 방송기술교육을 제공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현지 건축법 및 환경 기반의 학생 친화적 학습 공간을 설계했다.

라디오 교육방송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학생들 모습. 굿네이버스 제공

잔지바르 자치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지역 내 라디오 보급률이 약 83%에 달하고 사람들이 일반 라디오뿐 아니라 라디오가 내장된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휴교령이 내려진 직후부터 공영·케이블 방송국을 통한 라디오 교육방송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휴교령으로 인한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콰라라 미디어교육센터를 교육방송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굿네이버스는 탄자니아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한 기초 교과과목 라디오와 TV 교육 콘텐츠를 제작했다. 콰라라 미디어교육센터 관계자들은 연출, 기획, 촬영, 편집 등을 주도하며 콘텐츠 제작에 주력했다.

굿네이버스와 잔지바르 교육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육 TV 콘텐츠(Happy Talk), 라디오 교육방송(Happy Radio Class), 교육예능방송(Happy Edu Quiz) 등을 제작했다. 제작한 프로그램은 탄자니아 본토 공영방송사(TBC), 잔지바르 공영방송사(ZBC), 케이블 방송사(ZCTV), 지역 라디오 채널(Coconut FM)에 더불어 콰라라 미디어교육센터의 라디오 채널 Elimu FM과 TV 방송 채널인 EZ TV에도 송출된다.

잔지바르 내 교육관계자와 지역 주민 대상 역량 강화 교육 및 캠페인 진행 모습. 굿네이버스 제공

2021년도부터 올해까지 진행된 ‘탄자니아 잔지바르 라디오 교육방송을 통한 중등교육 역량강화 사업’을 통해 잔지바르 내 약 10만 명 아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받았다. 기초교과과목 중학교 3학년 및 고등학교 3학년 졸업시험 통과율이 각각 평균 15%, 14%가량 향상됐다.

해당 라디오 사업이 학업성취도 향상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사업의 지속 가능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국가 예산을 추가 배정받는 등 현지 교육부와 긴밀한 협력 관계하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은 “지난 3일 굿네이버스 회관에 에티오피아 총리 부인 지나시 타야초 여사가 방문해 에티오피아 아동과 지역 주민을 위한 사업 확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며 “굿네이버스는 오랜 경험을 토대로 아프리카의 다양한 국가 정부와 연대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임팩트를 위해 더 많은 주체와 협업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와 기업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관심이 아프리카로 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근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도 아프리카 지원을 위해 정부·기업들이 협업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을 위한 협력 강화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한 농업 및 그린 ODA를 통해 식량안보와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협력 강화 △아프리카 청년의 디지털 역량 강화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테크 포 아프리카 이니셔티브’(Tech4 Africa Initiative) 출범 △기초 보건 인프라 구축 등의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