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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환호, 가자는 절규”…인질 구출 작전 어땠나

입력 | 2024-06-10 14:13:00

이스라엘 공군, 공습으로 엄폐…건물 두 곳 기습
거리서도 총격전…이스라엘 대테러 지휘관 사망
팔 최소 274명 사망, 400명 부상…“악몽 같은 상황”



ⓒ뉴시스


지난 8일(현지시각) 오전 11시25분. 이스라엘 군경에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인질 4명을 구하기 위한 작전이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에서 개시됐다. 작전팀을 엄호하기 위해 대낮 하늘에선 폭격이 쏟아졌다.

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BC 등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 참모총장은 전날 신베트 보안국 지휘센터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중 출동 명령을 내렸다.

이스라엘 공군은 누세이라트에서 미리 계획된 하마스 목표물을 공습, 구출 작전을 위한 엄폐물을 만들었다. 이스라엘 낙하산 사단 지상군도 작전을 지원할 준비를 마쳤다.

지상에선 이스라엘 경찰 대테러 정예부대인 야맘이 인질 구출에 나섰다. 목격자에 따르면 소형 트럭 등이 건물 앞에 정차하더니, 특공대원들이 뛰어내려 수류탄을 집 안으로 던졌다.

특공대는 인질들 눈에 띄지 않은 채 아파트 입구에 도착, 1층을 급습해 인질범들을 기습 체포했다.

다른 건물 3층에선 경비병과 총격전이 벌어졌다. 교전 끝에 특공대원들은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었다”고 지휘 본부에 무전을 보냈다. 구출에 성공했다는 암호다.

탈출 과정에서도 교전은 이어졌다. 건물을 빠져나오는 동안 하마스 총격이 거세졌고, 해변에 준비된 CH-53 시 스탤리온 헬기로 인질들을 태우기 전까지 대규모 총격전은 계속됐다. 한낮 민간인이 밀집해 있는 거리에서도 총격전은 이어졌다.

이스라엘도 작전팀을 엄호하기 위해 공습을 퍼부었다. 한 팔레스타인 주민은 “매우 시끄러운 폭음과 격한 총소리가 들렸다”며 “많은 전투기가 상공을 비행하는 걸 봤다”고 전했다.

야맘 소속 아르논 즈모라 경감(36)은 작전 지휘 도중 총격으로 중상을 입었다. 곧 이스라엘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몇 시간 뒤 끝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당초 이번 작전을 ‘여름의 씨앗’으로 명명했지만, 즈모라 경감이 사망하자 그를 기리기 위해 ‘아르논 작전’으로 변경했다.


이스라엘엔 전쟁 발발 8개월 만에 이룬 첫 번째 구출 작전 성공이었다. 이전까지 구출한 인질은 단 3명에 불과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 방위군(IDF) 수석 대변인은 이번 작전이 “뇌 수술과 같은 외과 수술이나 마찬가지였다”며 “궁극의 기습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정오 두 건물을 동시에 공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 건물을 먼저 공격하면 하마스가 낌새를 알아차리고 다른 건물에 있는 인질들을 죽일 것이라는 우려였다.

이번 작전을 이스라엘의 가장 유명한 인질 구출 작전인 1976년 우간다 엔테베 작전에 빗대기도 했다. 일부 텔레비전 앵커는 소식을 전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가자지구에선 절규의 눈물이 쏟아졌다. 주민들은 폭탄이 쏟아지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다며 최악의 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일부는 하마스가 주거용 건물에 인질을 잡아 지역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다며 분노했다.

가자 보건부는 이번 작전으로 팔레스타인인 최소 274명이 사망하고 400명 넘게 다쳤다고 밝혔다. 이 중 하마스 전투원이 몇 명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인근 데이르알발라의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에는 사망자와 부상자가 밀려왔다. 이 병원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이사회 한 활동가는 “악몽 같은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미국도 이번 작전을 도왔다. 미군으로 구성된 소규모 팀은 몇 달 동안 드론을 이용해 인질 수색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누세이라트 저층 아파트 단지에서 인질 4명을 발견, 모형을 만들어 훈련했다.

일각에선 작전 부대가 미국이 가자 중부에 신설한 임시 항구를 통해 진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가리 대변인은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누세이라트 중심부로 진입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작전으로 미뤄볼 때 공습에 참여한 특수부대원 최소 일부는 팔레스타인인처럼 옷을 입고 아랍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ABC는 분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