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최측근 모임 ‘7인회’ 출신 김영진 “지금 당헌 당규 개정 논의할 때냐” 쓴소리
“‘개딸’ 의사에 반하는 사람은 원내대표나 국회의장 될 수 없게 돼”
“민생 문제를 비롯해 남북관계를 논의할 시기에 (더불어민주당이) 일반 국민은 관심도 없는 당헌·당규 개정 논의를 하고 있다. 이건 제대로 된 당의 모습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원조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3선, 경기 수원병)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에서 의결된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해 “수정하면서 얻는 민주당의 확장성보다 수정함으로써 잃는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202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질의 중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 동아일보 DB
김 의원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역구) 득표율은 50% 대 45%였는데 의석수는 161 대 81로, 2배 차이가 났다. 여기에서 오는 (압승이라는) 착시 현상이 있는 것”이라며 최근 민주당의 독주 행태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헌·당규 개정이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을 올리지 못한다. 대선 승리에도 도움이 되겠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투표하게 되면 개딸의 의사에 반하는 사람은 원내대표와 의장이 될 수 없다”며 “이건 민주주의의 퇴행이고 민주당의 퇴보를 가져올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헌·당규 개정 다음에는 개딸 당원들에게 뭘 줄 건가”라고 따져묻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라며 “본인은 피곤하고 하기 힘든데 주변에서 하라고 하니까 한다? 이런 논리로 연임은 안 했으면 좋겠다.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간 국회의장도, 당 대표도 한 번 더 하고 싶지 안 하고 싶었겠냐”며 “(연임하지 않은 건) 정치적 불문율을 지킨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앞서 공개 반대했던 당헌·당규 개정안이 결국 10일 당 최고위에서 통과됐다.
“당이 더 큰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너무 쉽게 결정한 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은 민주당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다.”
―이번 개정으로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게 됐다.
“중진들도 대부분 반대했는데, 무슨 의견 수렴을 했다는 건지 모르겠다. (이 대표와 간담회를 한 5선, 4선을 제외한) 3선, 재선, 초선 전문가 그룹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했는데 하나도 안 했다. 다음 단계로 나가려면 절차라도 충분히 거쳐야 하는데, 지금 보니까 충분히 들은 게 없다. 우리가 권리당원이 120만 명 정도인데, (강성 당원) 1~2만 명의 요구 때문에 매번 당헌·바꾸면 안정적인 정당이나 수권 정당으로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이 조항이 도입되면 후보자들이 어떻게 선거운동을 하겠냐. 결국 김어준 박시영 이동형 등 대형 유튜버들 방송에 매일 나가고 그럴 것 아니냐. 나가서 입에 발린 소리나 하고, 그러면 올바른 정치를 하기 어려운 구조로 간다. 추미애 의원을 국회의장 만들자는 의견도 4월 말까지는 당내에 없었다. 대형 유튜버들이 만들어낸 거 아니냐. 그런 걸 당원들의 의견이라고 할 수 있나? 유튜버들이 장사해 먹으려는 걸 우리가 왜 쫓아가냐.”
―부정부패로 기소 시 직무가 자동 정지되는 조항도 삭제됐다.
“(이는) 본인의 평소 활동을 아주 조심하지 않으면 민주당에서 선출직 공직자가 되지 못한다는 명확한 선언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조항이다. 이미 정권의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당헌 80조에 의해 예외가 인정된다. 이런 조항을 수정하면 민주당의 도덕성과 국민적 신뢰가 크게 떨어진다. 총선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역구) 득표율은 50% 대 45%였는데 의석수는 161대 81로 2배 차이가 났다. 여기서 오는 착시 현상이 있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해서 바꾸라는 민심에 기반해서 승리한 것이다.”
올해 1월 흉기 습격을 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는 가운데 김영진 의원(사진 맨 위 오른쪽)이 침통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동아일보 DB
―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는 분석이 있다.
“본질적으로 이번 당헌·당규 개정은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다. 그 규칙을 급격하게 바꿔서 특정인에게 유리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개딸을 중심으로 투표하게 되면 개딸의 의사에 반하는 사람은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이 될 수 없다. 이건 민주주의의 퇴행이고 민주당의 퇴보를 가져올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조항이다. 그래서 내가 반대하는 것이다.”
―당 내에서 김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는 의원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이렇게 민주당의 큰 틀을 깨버리면 당의 통합과 단결이 깨져 버린다.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말은 안 하지만, 각자 열심히 의정활동을 해서 초선, 재선, 3선, 4선해서 원내대표도 하고 의장도 도전하면서 민주당의 발전과 자기 발전을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그 경쟁을 통해서 당이 발전하는 것이다. 개딸에게 줄 서서 된다고 하면 누가 땀 흘려서 열심히 일하겠냐.”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왼쪽)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동아일보 DB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의 중앙대 후배로 2017년 대선 때부터 이 대표를 도왔던 원조 친명인 김 의원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하는 것을 두고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직후에도 이 대표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끝까지 반대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와 거리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체포동의안 표결 등 이 대표가 최악의 위기에 처했을 땐 구속된 정진상 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빈 자리를 대신하는 등 탄력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당 대표 연임을 하려면 (현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 지금은 (당대표 직에 있으면서)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식 대통령제’를 채택해서 현직 대통령도 그냥 대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그간 국회의장도 당 대표도 한 번 더 하고 싶지 안 하고 싶었겠나. 정치적 불문율에 따라 연임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게 지금 다 무너졌다.”
―당헌·당규 개정과 별개로 이 대표의 연임을 반대한다는 뜻인가?
“그것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 대표가 한 번 더 숙고해야 한다. 본인은 피곤하고 하기 힘든데 주변에서 하라고 하니까 한다, 이런 논리로 연임은 안 했으면 좋겠다.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
―정치적 부침은 있었지만 원조 친명계로 이 대표와 가까운 사이다. 개인적으로는 상의했나.
“지금 의원들이 많이 바뀌었고, 초선 의원이 70명이 들어왔다. 이 대표 주변 초선 중에서 충성파가 너무 많다. 생각도 없이 좋다고만 한다. 이럴수록 공개적인 논쟁과 토론이 필요하다. 이 대표와 개인적으로 논의해서 수정하고 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초선 의원들도 좀 더 토론과 논의해 집중해서 건강한 민주당, 활발한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방향은 이 대표와 민주당의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