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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서 날개 단 K뷰티, 이젠 55조 중동시장 진격

입력 | 2024-06-10 17:19:00


국내 화장품 업계의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중동이 떠오르고 있다. 한류를 등에 업고 있는데다 관세 철폐 혜택까지 가시화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인기몰이에 성공한 화장품 기업들은 중국 사업 부진을 딛고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중동 등 신시장 개척 성과에 따라 화장품업계 재도약이 판가름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새롭게 떠오르는 중동 시장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걸프협력이사회(GCC)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에서는 화장품 관세가 단계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방한 당시 양국 정상이 서명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에도 UAE가 한국산 화장품 관세를 10년 내 철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동은 뷰티 분야에서도 이른바 ‘오일 머니’를 갖고 있어 높은 소비력을 가진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동 지역 뷰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98억7030만 달러(약 54조9200억 원). 2021년(283억4400만 달러)과 비교해 2년 새 40% 이상 성장했다. 중동 뷰티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는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가 빠르게 확대된 덕분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동에서 한국 제품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중동 현지 맞춤용 제품 개발에 분주하다. 한국콜마는 UAE 정부 산하 기관인 BPC와 협업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이슬람 문화권인 인도네시아를 중동시장 전초기지로 삼아 할랄(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화장품 개발에 공들이고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중동 시장 규모는 미국·일본·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기준 최대 수출 달성

한국의 화장품 산업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악화 일로를 걸었다. 하지만 북미와 일본 등 다른 시장에서 중국에서의 부진을 메우고도 남을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관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화장품 수출액은 23억 달러(약 3조1700억 원)로 지난해 1분기(18억9000만 달러)보다 21.7% 증가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에서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미 화장품 수출액은 1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중국을 제치고 미국 내 수입 화장품 중 5위에 올랐다.

중소기업의 화장품 수출도 강세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액은 15억5000만 달러(2조1300억 원)로 지난해 1분기(11억9000만 달러)보다 30.1% 증가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로 자동차 부품이나 반도체 장비 등 다른 주요 수출 품목들을 제치고 수출액 1위 품목 자리에 올랐다.

글로벌 수요가 견고해지면서 K뷰티 성장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 화장품 수출은 현재 165개국까지 확대되는 등 수출 다변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K-콘텐츠 확산은 한국 화장품 소비 계층을 아시안에서 다국적 인종으로 넓혀주는 계기가 됐다”라며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저가 수요 확산 흐름은 합리적인 가격대의 한국 화장품 경쟁력을 돋보이게 한다”고 설명했다.





송진호 기자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