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영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
글로벌 자동차 주도주가 사라지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자동차들이 주도주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기술 격차보다 주주 환원 정책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꾸준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나설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국가별로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확산 속도가 크게 벌어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관통하는 주도주 찾기가 어려워졌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기술은 압도적이지만, 수차례의 가격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테슬라 주가는 2021년 11월을 기준으로 절반 이상 하락했다.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로 올라선 중국의 자동차업체인 BYD도 가격 경쟁에 동참하면서 영업이익률이 4∼5% 수준으로 줄었다.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이 없어서 선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BYD 주가도 2022년 6월을 기준으로 40%가량 하락했다.
특히 현대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시총 격차가 줄어들면서 올해 현대차가 적극적으로 주주 환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인도에서의 기업공개(IPO)에 앞선 특별 주주 환원을 제외하고 1조 원가량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예상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1년 이후 매해 실적이 상승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도는 높지 않다. 자동차 산업 자체가 저성장인 데다 경기에 민감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10∼2012년 높았던 수익성이 쪼그라든 것도 신뢰도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연간 25%의 배당 성향과 순이익의 5∼7%에 해당하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향후 3년간 지속할 경우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는 현금도 보유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현대차는 17조 원가량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기아의 순현금 보유량도 17조5000억 원가량 된다.
앞으로 3년간 현대차와 기아는 연간 2조∼4조 원가량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풍부한 유동성을 앞세워 지속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칠 경우 글로벌 자동차 주도주로 등극할 수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